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로 좌초된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첫 재판이 21일 열렸다. 허가가 취소된 지 약 1년 만으로, 소송 결과에 따라 영리병원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이날 제주지법 301호 법정에서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영리병원 관련 소송 첫 재판을 진행했다.
녹지 측이 제기한 소송은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등 2건이다.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조건으로 제시한 ‘내국인 진료제한’의 적법 여부다.
이날 첫 공판에서도 양측은 도의 의료기관 개설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녹지 측 변호사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의료법 상 의료기관 개설 허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위임됐으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되지 않았다”며 처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녹지 측은 또 병원 개원 기한까지 병원을 개원하지 않아 허가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위법한 조건을 달아 개원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녹지 측 변호사는 재판부가 투자자-국가 분쟁(ISD) 제도를 통한 소송 절차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묻자 “이 사건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최종결과를 보고 의뢰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소송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제주도 측 변호사는 “(녹지 측이) 의료법 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제한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지만,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 허가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에서 정한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병원을 우선 개설하고 차후에 허가조건에 대한 하자를 다툴 수 있음에도 개원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취소하기 전 “허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앞서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2017년 8월 서귀포시 동흥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에 778억원을 들여 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도에 개원 허가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개설 허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자 도는 2018년 8월부터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개설허가 여부를 묻는 공론조사를 실시했다. 공론조사 결과 ‘불허’ 결정이 이뤄졌지만 도는 같은 해 12월 불허 때 대내외적인 파장을 우려해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의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내국인 진료 제한에 반발한 녹지측이 법에 정해진 개원 시한인 지난해 3월 4일까지 개원하지 않자 도는 청문 절차를 거쳐 같은 해 4월 17일 조건부 개설 허가도 취소해버렸다. 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개설 허가 후 3개월(90일) 이내에 개원해야 한다.
의료영리화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제주지법 앞에서 영리병원 완전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소송을 즉각 철회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가 이번 소송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재판결과에 따라 영리병원 정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라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즉 공공병상과 공공의료 인력이 필수라는 점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에서 공공의료 정책을 파괴하는 영리병원 추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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