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작가 김은숙의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시작부터 잇단 논란에 휩싸였다.
‘더 킹’은 지난 17, 18일 첫 주 1, 2회 시청률이 각각 11.4, 11.6%(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비교적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김은숙과 한류스타 이민호가 ‘상속자들’ 이후로 다시 손을 잡아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2020년 현재의 한반도라는 같은 시공간에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2개의 평행세계가 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대한제국의 황제(이민호)와 대한민국 형사(김고은)의 로맨스를 그린다.
준수한 시청률에도 미지근한 반응을 얻고 있는 ‘더 킹’은 시작부터 잇단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대착오적 대사에 왜색 짙은 이미지 사용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
극 중 이민호가 연기하는 이곤이 황제로 있는 대한제국에서 역대 최연소 여성 총리가 된 구서령(정은채)은 등장하자마자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요”라는 발언을 한다. 보안 검색대를 지나던 도중 이상 신호가 울리자 직원에게 한 대사다. 이에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탈코르셋ㆍ탈브라’ 운동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서령은 황제와 스캔들로 국정 지지율을 높이려 한다. 이미 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자신의 실력과 능력으로 주류 정치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적 매력으로 정치적 야심을 실현시키려 하는 캐릭터가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 킹’은 왜색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타이틀 영상에 등장하는 목조 건물과 황실 문양이 각각 일본의 건축물, 일본 왕가 문장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제작사는 곧바로 해명을 내놓고 일부 이미지는 즉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화앤담픽처스는 “2층 목조건물은 우리나라 사찰과 중국의 궁의 특징을 기반으로 해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적인 부분이 사용됐다”며 “대한제국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점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고 사과했다.
제작사는 또 대한제국의 황실문양에 대해선 “입헌군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오얏꽃이 오얏꽃을 감싸는 ‘이중 오얏꽃’ 형태로 디자인한 것으로 일본 왕가 문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이전 작품에 비해 미지근한 편이다. 16부작 중 단 2부 분량만 방영된 상태이지만 평행세계라는 낯선 설정과 두 세계에 존재하는 1인2역, 복잡한 인물 관계, 미스터리 구조 등으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백마 탄 왕자’와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라는 전형적인 남녀구도가 진부하다는 지적도 있다.
극 중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 정태을을 연기한 김고은은 최근 열린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점점 더 큰 사건이 벌어질 것이어서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있어지고 다음 회가 기다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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