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선 보라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 분석
항바이러스제 없이 회복했으나, 대ㆍ소변 등 모든 표본서 바이러스 검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신생아가 함께 확진된 엄마에 비해 바이러스 배출량이 최대 100배나 많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면역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생아 및 영유아 확진자 치료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의 한미선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달 8일 엄마와 함께 신종 코로나에 확진, 입원 치료를 받은 생후 27일 여아의 바이러스 배출량 등을 분석했다. 국내 최연소 확진환자로 기록된 이 환아는 입원 당시 37.6도 정도의 가벼운 발열과 코막힘 증세를 보였다. 하루 뒤엔 체온이 38.4도까지 상승했고, 간헐적 구토와 기침 증상도 이어졌다. 다만 호흡곤란 등 중증 증세까지 나타나진 않았다.
의료진은 이 신생아에게 항균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는 대신 체중 증가를 위한 모유수유를 지속하면서 증상과 징후를 살폈다. 부작용을 우려해 다른 확진환자들과는 다른 자연 치료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환아는 이후 차츰 호전돼 지난달 23일 최종 음성판정을 받았고, 3일 후 음성 판정을 받은 엄마와 함께 퇴원했다.
별도 약물을 쓰지 않았음에도 이 신생아가 신종 코로나에서 회복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바이러스(RNA 수치) 검출량이 높았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으로 꼽힌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감염 초기만 해도 신생아의 호흡기에서는 바이러스가 매우 높은 수치로 검출되다가 점차 감소했지만, 대변에서는 바이러스 양이 증상 발생 18일째까지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며 “특히 감염 후 10일째 호흡기 검체와 대변의 바이러스 수치만 비교하면 엄마보다 약 100배나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성인인 엄마의 경우 혈액이나 소변 표본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과 달리, 신생아는 혈액ㆍ대변ㆍ소변ㆍ타액 등을 포함한 모든 표본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도 특징이다.
연구팀은 “성인보다 면역체계가 미성숙한 신생아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고 체내 바이러스 유입에 따른 전이 위험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생아를 포함한 영아 확진자는 코로나19 치료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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