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월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좋은 날씨가 무색하게도 코로나19는 장기화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 수를 기록하는 등 희망도 보이지만,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어려워진 만큼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현 상황에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들이 코로나 블루 극복은 물론, 최소한의 문화예술 향유를 할 수 있도록 국공립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들을 통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악이나 오케스트라 등 온라인 상영회를 열고, 박물관과 미술관은 큐레이터 전시 해설을, 도서관은 전자책 대여를 확대했다.
출판계에서도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3월 100여개 출판사가 힘을 모아 총 1만4,000권의 책을 코로나19가 집중된 대구 지역 환자들을 위해 무상 기증했다. 교육 출판사들은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 교육이 본격화하자 한시적으로 교과서와 교육 자료를 전자책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읽는 뇌’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 매리언 울프는 최근 저서에서 디지털 매체 기반의 읽기가 다량의 정보를 습득하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지식 내재화, 분석 능력과 비판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깊이 읽기’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 나가는 독서야말로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그뿐만 아니라 독서가 GDP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서의 사회ㆍ문화ㆍ경제적 가치 분석’(201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독서율이 1% 증가하면 GDP는 0.2% 증가한다고 한다. 책을 읽는 인구가 많은 국가일수록 경제적으로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종이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의 비율은 불과 52.1%다. 2013년 이후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본인의 독서량에 대한 인식 변화다. 2019년 조사에서 자신의 독서량을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성인이 58.2%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11년 74.5%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다. 독서율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책 읽기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소위 ‘비대면(언택트)’ 활동이 부상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책은 미래를 사색하며 대비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특히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잠시 쉬어 가고 있지만 책 읽기는 거리 두기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책의 날을 계기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책 한 권을 선물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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