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건강보험료가 올랐다. 1월부터 건강보험료율이 3.2% 인상됨에 따라 직장인은 월평균 3,700원가량을 더 부담하게 됐다. 수시로 가계부를 들여다보며 셈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만원 안팎의 보험료 상승도 가벼이 여기긴 어렵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자녀 교육비 등 돈이 빠져나갈 나갈 구멍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년 오른다.
그렇지만 다달이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마냥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아 다행이다. 지난해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음에도 목돈을 건드리지 않아도 됐던 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덕택일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의료비 부담이 줄어서 경제적인 혜택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가 종종 들리며, 입원을 하거나 MRI검사 등 과거 고비용을 걱정하던 의료비 항목들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준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한달 커피 한 잔 값 정도를 아껴서 나와 내 가족, 전 국민의 의료비 걱정이 덜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십시일반으로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모인 것이리라.
이렇듯 건강보험은 개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안전망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알기에 국민들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매년 가중되어도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의 절반 이상이 보건의료 제도 변화를 위해 보험료를 추가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부담을 국민이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건강보험 재정 전체 수입에서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 비중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인 반면, 정부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건보료에 대한 정부의 국고지원율은 법정 기준율인 2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 수년째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국고지원 비율도 14.06%에 그치며 여전히 법정 기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국가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그에 따른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민 부담만 가중되는 지금의 시스템만으로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의 실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분명히 국가와 국민이 함께 이루어가야 할 목표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어진다면, 불만의 목소리가 터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 매년 모든 책임을 다해 왔다. 이제는 국가가 의지를 보여줄 때다. 국고지원 책임을 다함으로써 목표로 한 정책 실현을 보여주길 바란다.
올해에도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이 한목소리로 힘을 합쳐 나가야 할 것이다. 국고지원 20% 정상화를 하루빨리 실현하면서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의 세금 부담도 기꺼운 마음이 되리라 생각한다.
김미영 동탄시티병원 행정부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