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코로나19는 도전이자 기회
‘포스트 차이나’를 노리는 베트남의 야심찬 꿈 앞에는 두 개의 큰 암초가 존재한다. 급성장하는 베트남을 향한 G2(미국과 중국)의 집중 견제와 선진국들의 ‘리쇼어링(Reshoringㆍ해외 제조업체 귀환)’ 정책이다.
베트남은 미중의 변심을 극구 경계하고 있다. 현재 미ㆍ베트남 관계는 사상 최고의 밀월관계를 유지하며 군사 교류 및 교역 증대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미중 갈등의 반사 이익을 기반 삼아 지난해 상반기에만 342억달러(약 41조원)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전대 대비 24% 이상 증가한 수치다.
겉으론 무심한 척했지만 미국은 최근 베트남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에 슬며시 끼워 넣으며 호시탐탐 무역수지 반전을 노리고 있다. 미국은 호찌민 등에서 라벨만 ‘메이드 인 베트남’으로 바꿔 공산품을 수출하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는 것에도 불만이 가득하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 뒤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베트남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의 태도 역시 예측 불가다. 산업 인프라와 기술 노하우가 부족한 베트남은 현재 철강ㆍ전자부품 등 수출 원자재의 32%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실정이다. 아직은 중국이 대미 수출 우회 경로로 베트남을 이용하고 있어 기조 변화는 없지만, 기업들의 중국 탈출 러시가 가속화하면 베트남으로 향하는 수출 길부터 막을 공산이 크다. 실제 2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중국산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지자 베트남 제조업 경기동향지수는 2011년 이래 최악인 41.9까지 급락했다. 자재 부족이 재고 및 신규 주문 감소와 고용ㆍ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부른 탓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경기부양을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장기화하는 경우에도 베트남은 존폐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베트남은 당분간 기업들의 국내 귀환을 촉진하는, 이른바 ‘연어 프로젝트’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저인구 국가는 다시 오프쇼어링(Offshoringㆍ일자리 해외이전)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침체된 세계 경제가 가져온 유동성 위기를 어떻게든 넘긴 뒤 바뀐 흐름만 타면 이후는 탄탄대로일 것이라는 희망 가득한 예측이다.
하지만 무역업계에선 베트남의 장밋빛 구상이 절망으로 바뀔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주베트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ㆍKOTRA) 관계자는 21일 “베트남 경제가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무역이 견인하는 개방형 구조인 점을 감안할 때 상대 국가들의 경제 불황은 직접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리쇼어링 정책 등 악조건을 극복하지 못하면 베트남 역시 상당 기간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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