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국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악화일로에 있는 사립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일 오후 만난 장제국(56) 동서대 총장의 첫마디엔 비장함이 묻어났다. 그는 지난 8일 임기 2년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제2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총협은 전국 153개 4년제 사립대가 회원이며 사립대의 다양한 역할과 입장을 대변하는 협의체다. 장 신임 회장이 2011년부터 총장을 맡고 있는 부산 동서대는 선친이자 제12대 국회부의장을 지낸 고(故) 장성만 동서학원 이사장이 설립했다.
가정이나 학교나 살림살이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장 회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지난 12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사립대 재정이 매우 어려운 형국”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대학의 예산구성 중 등록금 비율이 25% 안팎인 것으로 안다”며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이 기부금 등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등록금 의존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은 등록금이 비싸다고 하고, 대학은 다른 재원을 찾을 수 없으니 입장 차이가 있는데 이를 풀어나가는 것이 사립대의 큰 과제”라며 “다행히 교육부가 최근 대학 재정 위기를 고려해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사립대, 국공립대 구성원이 참여하는 이 위원회를 통해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등록금 환불 문제도 걱정이다. 장 회장은 “학생들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천재지변이며, 각 대학이 다양한 대응책 마련을 하고 있다”면서 “힘든 학생과 대학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특별장학금 등이 고려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며 “문제는 재원인데 대학혁신사업비를 활용해야 한다는 건의도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를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국내 대학 교수 전원이 온라인 강의 제작 경험을 하게 됐다”며 “온라인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기반과 시스템 등이 갖춰져 미래형 대학으로 발돋움할 기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지고 있는 교육 환경을 지원할 규제완화 등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장 회장은 “정부나 국회, 언론 등과 소통하면서 대학 구조조정, 재정문제, 특성화 전략, 대학평가 등 사립대가 처한 절체절명의 현안을 헤쳐 나가고 싶다”면서 “사총협도 사립대가 미래사회에 적합한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하고, 창의적인 제안이나 생각을 모아 실천할 창구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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