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스팸문자 받고 수사 착수… 태국서 압송
14년간 430억원대 규모의 사이버범죄를 저지른 조직의 총책이 국내로 압송돼 구속됐다. 좀처럼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 조직은 관련 스팸문자를 받은 한 경찰관의 끈질긴 추적에 꼬리를 밟혔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도박개장,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모(56)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검거된 조직원 30명(8명 구속)과 함께 2005년부터 중국ㆍ태국ㆍ베트남 등 해외에 불법도박, 허위주식, 선물투자 사기, 해외 복권 거짓 구매 대행 사이트 등을 만들어 국내인을 상대로 각종 사이버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자 6,500명으로부터 431억원의 수익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렇게 벌어들인 범죄 수익으로 태국에서 호화별장을 얻어 생활했고, 그의 국내 가족 집에서는 달러 뭉치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닐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 등이 보유하고 있던 범죄수익 중 부동산과 현금 등 111억원(국내 50억원, 해외 61억원)을 ‘기소 전 몰수보전' 조치를 완료했다.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정체를 숨겨온 이씨 조직이 꼬리를 밟힌 건 한 경찰관의 끈질긴 추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이버범죄수사팀 소속 윤희동 경위는 2016년 복권판매 내용의 스팸문자 한 통을 받았다. 범죄조직과의 연루 정황을 포착한 그는 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후 스팸문자를 단서로 약 2년 9개월간의 추적 끝에 이들 일당을 일망타진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태국 방콕에서 다른 사건으로 검거된 이후 태국 교도소에 수감중이었다.
경찰은 주태국대사관 경찰주재관, 태국 인터폴 등 사법당국 간 긴밀하게 협의를 벌이면서 이씨를 검거 1년 만인 14일 국내로 송환해 구속하는 등 사법처리를 밟고 있다. 송환 과정도 긴박했다. 이씨가 태국 교도소에서 장기간 지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수사관들이 방호복으로 무장한 뒤 압송과 조사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 이씨는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사이버범죄가 산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외범죄수익에 대해 경찰 최초로 기소 전 환수조치를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