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자체, 손정의 회장에 잇단 도움 요청
“손정의는 하는데, 일본 정부는…” 비교 봇물
의료 용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한국계 일본인 기업가 손정의(孫正義ㆍ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잇따라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부 대응에 대한 일본 내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손 회장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료용 안면 보호대와 의료용 안경은 어쩌면 10만개 단위로 긴급 입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누가 어느 정도 부족한지 알고 있는 분 있느냐. 의료용 마스크 N95 등도 다음 달에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 지사는 SNS를 통해 “오사카부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공개 요청했다. 손 회장은 “알겠다. 무사히 의료용 마스크, 안면 보호대 등이 입하되면 조속히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 다카시마 소이치로(高島宗一郞) 후쿠오카 시장 등도 의료용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 부탁했다. 손 회장은 의료용 마스크, 수술용 마스크, 의료용 안경 등을 이익을 남기지 않고 제공할 방침이다.
손 회장의 행보는 마스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천 마스크를 배포했다가 여러 문제를 유발한 일본 정부의 대응과 대비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앞서 지난 17일부터 약 5,000억원을 들여 일본 내 모든 가구에 가구당 천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14일 사전에 임산부를 대상으로 나눠준 마스크 50만장에서 오염물이나 머리카락이 붙은 불량품이 나오면서 비난을 샀다.
손 회장의 소식을 접한 일본인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20일 한 누리꾼은 “손 회장이 적극적으로 일본 국민을 도우려 할 때마다 일본 정부는 아직도 다른 나라 기업을 상대로 마스크 등 의료 용품을 확보하는 협상에 착수 하지 않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han****)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손 회장이 혼자 하는 것을 정부가 못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kaz****)라며 정부의 마스크 정책 실패를 꼬집었다.
손 회장은 앞서 꾸준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지원 계획을 밝혀왔지만 처음부터 호응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손 회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SNS에 “코로나19에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간이 유전자 검사(PCR) 기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가 ‘의료기관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아 무상 검사 계획을 철회했다. 20일 한 누리꾼은 “지자체가 직접 손 회장에 의료 용품 요청할 동안 정부는 뭐하고 있나”라며 “손 회장의 무상 검사 계획에 반대했던 아베의 지지자들도 반성하라”(nog****)고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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