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4ㆍ27 판문점선언 2주년 앞두고 “강릉~제진 구간 예타 면제로 조기 착공”
4ㆍ15 총선 여당 압승 후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 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분위기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남북 철도 연결 사업 재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4ㆍ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기점으로 경색된 남북ㆍ북미관계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뜻이다. 다만 남북협력 구상 실현은 북한의 호응 여부에 달려 있어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20일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일환으로 남측의 동해북부선(강릉~제진 구간) 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조기 착공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해선 철도는 현재 강릉까지만 연결돼 있다. 강릉 북부 제진까지 110.9㎞ 구간을 새로 건설하면 북한 금강산을 거쳐 원산 이북까지 철도로 이어갈 수 있다.
동해북부선의 경우 남북 동해선 철도 연결을 위해 꼭 복원이 필요한 구간이었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사업 진척이 없었다. 그러나 예타 면제 사업으로 지정되면 착공이 빨라질 수 있다. 여당이 장악한 21대 국회에선 예산 통과가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과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는 게 힘들면 남측 구간 복원부터 당장 실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2018년 9ㆍ19 군사합의 사안인 남북공동유해 발굴 작업을 위한 사전준비 차원에서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남측 지역 지뢰 제거 및 유해 발굴 작업을 이날 재개했다.
정부가 총선 이후 각종 남북협력사업 재개로 남북ㆍ북미 관계 개선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북한의 호응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협력 재개가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지만, 연초에 제시했던 북한 개별관광이나 남북 코로나 방역협력 등 각종 카드에 북한의 반응이 전혀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따뜻한 편지를 받았다”고 밝히자 북한 외무성이 즉각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등 북한은 여전히 냉랭한 입장이다. 북한이 북미ㆍ남북 대화 테이블에 당장 복귀해야 할 필요성도 적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의 구미를 당길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이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이 평양종합병원을 짓는 등 보건 부문 강화에 초점을 둔 만큼 우리도 남북 간 보건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보건의료 협력을 지렛대로 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 특보는 또 “북한이 우리 남측의 (총선 결과 등) 정치적 변화에 그렇게 냉담할 수 없다고 본다. 5월 초에서 6월 국회 개원 전까지 북한에서 뭔가 연락이 올 거라고 본다. 다양한 형태로 우리는 움직이고 있고 제안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2018년처럼 다시 가동하기 위해서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대북 특사 파견 등도 제안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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