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적 명확하고 투명한 정부의 정보 전달, 그리고 이를 신뢰하고 따른 시민의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구적 광풍에서 한국이 중심을 잡고 버티는 데는 이런 이유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완화된 형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한다’는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 발표는 지금까지와 달리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아 아쉬웠다. 방점을 완화에 찍어야 할지, 거리두기 유지에 둬야 할지 헷갈린다. 유흥시설과 생활체육시설, 학원, 종교시설에 대한 정부 방침을 ‘운영중단 권고’에서 ‘운영자제 권고’로 바꾼다지만 그래서 문을 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앞으로 행정명령을 집행할 때 지자체장이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했는데 책임 떠넘기기로 비칠 수 있다. 19일 인천과 대구, 광주 등 광역 지자체가 “완화는 시기상조”라며 정부 방침과 반대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를 선언한 건 이런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애매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정부 당국자의 속내는 짐작된다. 김강립 중안본 제1총괄조정관은 20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벌써 서너 차례 계속 연장하는 발표를 드리고 국민 여러분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곤혹스럽다. 마치 늑대가 온다고 계속 거짓말을 했던 양치기 소년 같은 느낌을 저희도 받는다”고 토로했다. 2주만 더 버텨달라는 부탁을 반복하는 게 민망하다는 뜻일 것이다.
외려 의연한 건 시민이다. 중안본의 국민인식조사(17~18일 실시)를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즉시 완화에 대해 응답자 3분의 2에 가까운 63.3%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 중 66.2%는 반대 이유로 ‘백신ㆍ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언제든 재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라 해도 손색 없는 이해 수준이다. 서울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63.6%가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있으나 4월 19일은 이르다’며 거리두기 연장을 지지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신종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 때까지 고강도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언젠가 생활방역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기보다 철저한 준비를 마친 뒤 전환하자. 여론조사 결과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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