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1,055건 이송 중 최근 3주 70% 차지
3월초 주당 30건서 지난주 420건으로 급증
도쿄선 병상 포화로 이송 병원 찾기 어려워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부실한 진단ㆍ검사는 물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코로나19 환자를 실어 날라도 의료체제가 붕괴한 탓에 집단감염을 우려한 병원이 수용을 거부하는 일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19일 일본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1월 24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석 달간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한 건수는 1,055건이었다. 도쿄 등 대도시에서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3월 27일 이후 3주간 이송 건수가 775건으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이날은 일일 신규 감염이 123명 발생해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선 분기점이다.
주당 30건에 그쳤던 확진자가 급증한 건 병원 내 집단감염과 감염경로 불명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가장 최근인 4월 10~16일엔 평균 확진 건수가 420건으로 뛰었다. 그 결과,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 이송이 늘자 소방청은 구급대원들에게 마스크와 방호복을 지급하는 등 감염 확산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문제는 환자들이 구급차를 확보하더라도 입원할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19일 기준 각각 3,082명과 1,211명의 감염이 확인된 도쿄, 오사카에서는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병원에서 거부당하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NHK방송에 따르면 이달 도쿄에선 한 감염 의심 환자가 무려 110개 병원으로부터 입원을 거부당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도쿄 내 병상이 부족하다 보니 인근 가나가와현ㆍ지바현의 병원으로 옮겨지는 일도 적지 않다.
환자 거부 규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도쿄에서는 5곳 이상의 병원에서 거절당하거나 20분 이상 이송처를 찾지 못한 경우가 지난달 9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231건)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11일까지 830건을 기록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하루 20건 정도였던 것에 비해 4배 늘어난 셈이다. 이 중 70%가 발열이나 호흡곤란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 환자였다. 오사카에서도 4월 1~10일 발열 환자 거부 사례가 지난해보다 15배 폭증한 60건으로 확인됐다.
병원이 발열 환자를 받지 않는 일은 드물지만 병상ㆍ의료진 부족에 따른 의료붕괴 조짐과 맞물려 원내 감염을 우려해 수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비를 갖춘 병원조차도 “개인 병실 확보가 어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17일 기준 코로나19 환자를 대응할 수 있는 병상 여유분이 20% 미만인 곳은 도쿄와 오사카를 포함해 총 8개 지방자치단체였다. 이 중 도쿄와 오사카, 효고현 3곳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당초 도쿄도는 무증상ㆍ경증 환자를 포함한 확진자 전원을 입원시켰지만, 최근엔 시내 호텔을 빌려 이들을 별도 수용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저명한 감염병 전문가인 이와타 겐타로(岩田健太郎) 고베의대 교수는 20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일본 외국특파원협회와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일본 내 코로나19 통제가 가능해져도 지구상 모든 국가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염병 영향력이 큰 올림픽 특성상 내년 정상 개최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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