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조기 전대 주장하며 ‘김종인 비대위’에 부정적 의견
金 “나도 더 이상 관심 없어… 그 당은 아직도 반성을 못해”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꺼내 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불발될 조짐을 보이는 등 당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생환에 실패한 지도부는 리더십을 상실한 채 중심을 잡지 못했고, 의원들도 비대위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사이에서 제 잇속 차리기에만 급급했다. 당은 총선 패배 이후 닷새 동안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채 리더십 공백과 혼란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당은 20일 국회에서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당 진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당의 상황을 보여주듯 이날 의총에는 의원이 39명 밖에 오지 않았다. 전체 의원(92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숫자다.
비대위 전환 등 수습책을 두고도 혼란이 지속됐다.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선 대표 권한대행인 심재철 원내대표 주도로 ‘비대위 체제 전환’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의총 참석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17일 김종인 위원장을 따로 만나는 등 비대위 체제를 추진했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다른 의견이 여러 가지로 나오면서 (의견이) 합일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총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전대로 당을 조기에 정상화시키자는 의견도 많았다.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김태흠 의원은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긴다면 나약하고 주체성도 없는 정당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도 “비대위를 여러 번 경험했지만 큰 결과를 얻지 못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조기 전대 대신 비대위를 세우더라도 김종인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심 권한대행도 “김종인의 ‘김’자는 딱 한 번 나왔다”며 당 내 김 전 위원장 반대 기류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통합당은 당 진로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이번 주 안에 당 소속 의원들과 총선 당선자들을 상대로 비대위 구성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가 ‘비대위 반대’로 나올 경우 리더십 붕괴 상태는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20대 낙선자와 21대 당선자의 의견을 모아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방안 자체가 이상한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비대위 구성이 안 되면 지도부가 없는 상태로 전대를 치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최고위원 중 21대 당선인은 조경태 의원밖에 없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당내 분위기를 감지한 듯 “나도 더 이상 (비대위원장 직에) 관심이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본보 통화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당을 추슬러야 다음 대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는 것인데, 아직 이 사람들은 그런 개념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모습은 4년 전 총선에서 패한 뒤 집안 싸움만 벌이던 새누리당의 과거를 되풀이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새누리당은 대표 권한대행 자격 논란과 비대위 성격 문제로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쇄신과 반성보다는 계파 갈등으로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과거에도 그 사람들을 경험해봤는데, 그 당의 생리가 그렇다. 아직도 반성을 못한다”고 꼬집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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