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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구성도 못하고 과거 답습하는 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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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구성도 못하고 과거 답습하는 통합당

입력
2020.04.21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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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조기 전대 주장하며 ‘김종인 비대위’에 부정적 의견

金 “나도 더 이상 관심 없어… 그 당은 아직도 반성을 못해”

심재철(오른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재철(오른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꺼내 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카드’가 불발될 조짐을 보이는 등 당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생환에 실패한 지도부는 리더십을 상실한 채 중심을 잡지 못했고, 의원들도 비대위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 사이에서 제 잇속 차리기에만 급급했다. 당은 총선 패배 이후 닷새 동안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못한 채 리더십 공백과 혼란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통합당은 20일 국회에서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의원총회를 열어 당 진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당의 상황을 보여주듯 이날 의총에는 의원이 39명 밖에 오지 않았다. 전체 의원(92명)의 절반도 안 되는 숫자다.

비대위 전환 등 수습책을 두고도 혼란이 지속됐다.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선 대표 권한대행인 심재철 원내대표 주도로 ‘비대위 체제 전환’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의총 참석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17일 김종인 위원장을 따로 만나는 등 비대위 체제를 추진했던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다른 의견이 여러 가지로 나오면서 (의견이) 합일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총에선 김종인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전대로 당을 조기에 정상화시키자는 의견도 많았다.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김태흠 의원은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긴다면 나약하고 주체성도 없는 정당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도 “비대위를 여러 번 경험했지만 큰 결과를 얻지 못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조기 전대 대신 비대위를 세우더라도 김종인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심 권한대행도 “김종인의 ‘김’자는 딱 한 번 나왔다”며 당 내 김 전 위원장 반대 기류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통합당은 당 진로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이번 주 안에 당 소속 의원들과 총선 당선자들을 상대로 비대위 구성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가 ‘비대위 반대’로 나올 경우 리더십 붕괴 상태는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20대 낙선자와 21대 당선자의 의견을 모아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방안 자체가 이상한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비대위 구성이 안 되면 지도부가 없는 상태로 전대를 치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최고위원 중 21대 당선인은 조경태 의원밖에 없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당내 분위기를 감지한 듯 “나도 더 이상 (비대위원장 직에) 관심이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본보 통화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당을 추슬러야 다음 대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는 것인데, 아직 이 사람들은 그런 개념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모습은 4년 전 총선에서 패한 뒤 집안 싸움만 벌이던 새누리당의 과거를 되풀이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 새누리당은 대표 권한대행 자격 논란과 비대위 성격 문제로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쇄신과 반성보다는 계파 갈등으로 민심 이반을 부추겼다. 김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과거에도 그 사람들을 경험해봤는데, 그 당의 생리가 그렇다. 아직도 반성을 못한다”고 꼬집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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