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70% 기준 유지” 당정청 회의 이어 입장 고수
여야 합의하고 청와대도 동의하면 기재부 반대 계속하기 힘들 듯
추가 재원 마련 방안 내부 논의… “적자 국채 발행 불가피” 고민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이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소득 하위 7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하면서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재정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며 지급 범위 확대를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전국민 지급안에 동의할 경우를 대비해 내부적으로는 재원 추가 조달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어붙이는 여당, 버티는 기재부
2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70% 지급기준은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된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이 기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며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당정청 회의가 19일 열린 지 하루 만에, 부총리가 정부의 기존 지급 기준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기재부는 여당의 지급 확대 움직임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도 지급 기준 변경을 주장하는 여당에 대한 기재부 내부의 반발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2차 추경 심사과정에서 여야가 전국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주자고 뜻을 모으고 청와대가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하면, 기재부 혼자 반대 의견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홍남기 부총리가 거취를 걸고 배수진을 칠 수도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당정이 파국으로 치달을 정면 대치는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추가 재원 조달 방안 고심
기재부 내부에서는 여당과 청와대가 뜻을 굽히지 않으면 결국 재원을 추가 조달해 2차 추경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의 지급 기준으로 전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약 13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정부가 편성한 재난지원금 규모(9조7,000억원) 보다 3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2차 추경의 경우 100%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만큼,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 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차 추경안에 공무원 연가보상비나 환율 방어를 위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까지 끌어 썼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구조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등 투자성 예산의 경우 올해 집행 가능성이 있는 사업까지 건드리면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이에 민주당에서도 3조원 가량의 국채 추가발행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경우 적자국채 1조원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0.05%포인트 증가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추가 세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사업성 기금 중 실제 사업 규모에 비해 여유자금이 과다한 기금이 많아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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