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근 차별 사건 42%가 아시아계 겨냥
미국 뉴욕에서 최근 감염병 공포로 인해 벌어진 차별 사건의 40% 이상이 아시아계를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 사회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인종차별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차별ㆍ혐오가 일상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뉴욕시인권위원회에 2월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접수된 248건의 코로나19 관련 차별 신고 중 42%(105건)가 ‘반(反)아시아계’ 사건이라고 전했다. 비율은 물론 신고 건수 자체도 지난해 같은 기간(5건)보다 21배나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3, 4월에 주로 일어났고, 대다수(91건)가 일상에서의 괴롭힘이었다. 불안정한 거주 지위 등으로 신고를 꺼리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상은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계 미국인 에디 송(41)은 미 NBC방송을 통해 “식료품점에서 한 남성이 나에게 ‘코로나19를 만든 아시아인은 쇼핑 카트를 쓸 자격이 없다’고 소리를 질렀다”면서 “매일 위험한 차별을 겪다 보니 이제는 촬영하려고 소형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고 토로했다.
이런 차별ㆍ혐오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뉴욕경찰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2일 사이 11건의 코로나19 관련 혐오범죄를 수사하면서 7명을 체포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10대 청소년이 59세 아시아계 미국인을 구타한 사건을 명백한 혐오범죄로 규정하기도 했다.
사실 이런 양상은 뉴욕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텍사스에선 한 남성이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있는 아시아계 남성을 흉기로 찌른 일이 있었다. 호주 멜버른에선 지난 15일 백인들이 싱가포르인 두 명을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집단구타한 사건이 있었다. 영국 런던에서도 지난 2월 싱가포르인 유학생이 동양인 혐오에 따른 폭행을 당했다.
미국 내 ‘코로나 차별’과 관련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코로나19 발원지 및 책임 공방에만 몰두한 결과란 비판이 많다. 시크교도 단체인 시크연합의 공동 창업자인 아마르딥 싱흐는 “9ㆍ11 테러 당시 부시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비난하면서 반아시아계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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