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잘 생각해봐... 13억이 개 이름도 아니고” 해킹범 잡은 하정우의 영화 같은 ‘밀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잘 생각해봐... 13억이 개 이름도 아니고” 해킹범 잡은 하정우의 영화 같은 ‘밀당’

입력
2020.04.20 16:28
수정
2020.04.20 23:55
12면
0 0
영화배우 하정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배우 하정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명인의 스마트폰이 해킹 당했다. 범인은 피해자의 유명도를 약점 삼아 거액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순순히 따르는 듯 응대하며 시간을 끌었다. 돈이 급했던 범인은 고압적 태도를 버리고 송금을 읍소하며 피해자를 되레 “형님”이라고 부르며 매달렸다. 수사할 시간을 벌어준 피해자 덕에 신고받은 경찰은 곧 범인을 붙잡았다.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실제 영화배우 하정우(42)씨다.

20일 온라인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하씨와 해킹 범인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하씨의 소속사 워크하우스 관계자는 이날 “보도된 대화 내용이 모두 맞다”고 확인했다.

범인은 지난해 12월 2일 하씨에게 사진과 금융 기록, 주소록, 문자 등 해킹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고 금품을 요구했다. 하씨가 반응이 없자 범인은 다음날 재차 메시지를 보내면서 하씨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4일 “사실 저(제)가 생각한 금액은 15억(원) 좌우(안팎이라는 의미)입니다”라며 요구액을 제시했다. 하씨는 “제 전화 털어서 보셨다면 알 텐데요. 이게 터진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전혀 없어요”라고 대응한 뒤 경찰에 일단 신고부터 했다.

이후 하씨는 “우리 만나서 폰의 가치에 대해 논의합시다. 왜 15억(원)이죠?”라고 물으면서 되레 범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범인은 요구액을 13억원으로 낮추며 “입 맛이 없더라도 식사는 잘 챙기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하씨는 “지금 약 올리는 건가요?”라며 “상당히 불쾌하네요”라고 답했다. 범인은 당황한 듯 “그런 뜻은 아닙니다”라고 답했고 하씨는 “신뢰를 얘기할 거면 예의는 지키셔야죠”라고 압박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하씨는 “말 편하게 해도 되나요?” 묻고선 범인이 “네. 편하게 하세요”라고 답하자 바로 말을 놓았다. 하씨는 “네가 잘 생각해봐. 지금 매일 촬영이고 홍보(활동이)고 이러고 있어”라고 사정을 말한 후 “내가 지금 너랑 가격 흥정이나 하고 있을 때야?”라고 반문했다. 범인이 “저(제)가 영화(계) 속 사람이 아니다 보니 완전 이해는 못합니다”라고 답하자 하씨는 “그러니까 천천히 좀 얘기하자고. 13억(원)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라고 몰아붙였다.

이후 범인과 하씨 관계는 역전됐다. 범인이 하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되레 깍듯이 대했고, 하씨는 “넌 운 나쁘게도 내가 일 년 중 가장 바쁠 때 연락을 했어”라며 여유를 부렸다. 범인과 하씨의 대화는 이윽고 끝났다. 범인은 송금기한을 하씨 주연 영화 ‘백두산’ 개봉일(19일)로 못 박았으나, 하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하씨와 배우 주진모 등 유명 연예인들의 스마트폰을 해킹, 개인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한 박모(40)씨와 김모(30ㆍ여)씨는 지난 10일 경찰에 붙잡혔다. 완전한 검거는 아니다. 하씨를 직접 협박한 범인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