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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완화냐, 긴축이냐… 잠 못 들던 ‘금통위원의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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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완화냐, 긴축이냐… 잠 못 들던 ‘금통위원의 4년’

입력
2020.04.21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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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철ㆍ신인석ㆍ이일형 3인 퇴임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7인 가운데 신인석, 이일형, 조동철 금통위원 3명이 20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이들은 2016년 4월부터 4년간 재직하며 상대적으로 소수의견을 자주 제시하고, 외부 강연에서 활발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 위원들이다. 높은 학식과 식견으로 ‘소공동(한은의 주소지)의 현인’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다른 편에선 ‘하는 일 없이 고액연봉만 받는다’는 힐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금통위원 3인의 지난 4년을 되돌아 본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019년 5월 금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019년 5월 금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조동철 “한은, 발권력 아끼다간 사회적 손실 유발” 

조동철 위원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정책 선호)였다. 임기 동안 기준금리 결정에 총 7회의 소수의견을 냈고, 매번 금통위 다수의 결정보다 완화적(낮은 금리)인 입장이었다.

조 위원의 임기 전반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부동산 과열 억제 필요성 등으로 한은은 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는데, 조 위원은 여기에 계속 반대 의사를 밝혔다. 2017년 3월 간담회에서 그는 “한국의 통화정책은 미국 통화정책이 아니라 우리 거시경제 상황을 기초로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기 중 조 위원의 일관된 주장은 “통화정책의 기본 목적은 물가목표제”였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억제와 반대되는 목표를 의미하는 ‘대칭적인(asymmetry) 물가 목표’를 내세웠듯, 한은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미달하니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인 금융안정은 금융당국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올해 5월 간담회에서 그는 “한은이 2011년부터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과 같은 금융 안정 측면을 반영해 물가안정 대응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20일 이임사에서도 비둘기파의 소신을 남겼다. “반세기 동안 쌓아 온 인플레이션 파이터(물가상승 제어자)로서의 한은의 명성이 이제는 극복해야 할 유산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발권력은 절대 남용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작지 않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신인석 금융통화위원이 2019년 9월 금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신인석 금융통화위원이 2019년 9월 금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금리 너무 낮다”던 신인석, “한은 역할 변할 시기” 

신인석 위원은 조 위원과 더불어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혔지만, 3년 전인 2017년 9월에는 “기준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당시는 연준이 미국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하면서 한은 역시 금리인상 압력을 받고 있었다. 당시 신 위원은 가계소비 성향이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으면서 금리인상의 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후 저성장ㆍ저물가 상황이 지속되자, 신 위원의 입장도 바뀌었다. 2018년에는 물가상승률이 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인상 신중론을 폈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한 지난해 11월에는 홀로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지난해 9월 간담회에서 그는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장기침체 위험이 커지고, 금리조정에 의한 통상적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은의 또 다른 책무인 금융안정에 대해서는 “금통위가 가계부채로 대표되는 금융안정에 부여한 가중치는 타 국가와 비교해 좀 더 높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20일 퇴임하면서 한은에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중앙은행론’이 필요한 시기라며 “전통적 통화정책 외에도 새로운 수단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 세계 경제의 중장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며 한은도 이를 뒷받침하는 새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이 2018년 3월 금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일형 금융통화위원이 2018년 3월 금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비둘기에 맞선 이일형 “부동산 과열 경계해야” 

앞선 두 위원과 달리 이일형 위원은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정책 선호)로 꼽혔다. 여섯 번의 소수의견이 모두 금통위 다수 의견보다 긴축 쪽에 무게를 뒀다.

이 위원의 입장은 통화정책이 구조적인 저성장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전국경제인연합회 세미나에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점에 각국 정부가 펼친 완화적 경제정책이 경제 회복은 빠르게 했지만, 침체기에 자연스럽게 이뤄졌어야 할 경제 비효율성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임기 내 조 위원의 물가목표제 강조에 맞서 초지일관 “금융 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권고한 지난해 3월에도 그는 우회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도 늘 그의 긴축 논거였다. “유동성이 너무 풀려 부동산 시장의 과잉 투자가 이어지고, 가계부채가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이 위원조차 임기 막판에는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커지면서 기준금리 긴급 인하에 동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한은 공개강연에서는 “단기적으로 경기대응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주의를 잊지 않았다.

이 위원은 20일 “한국 경제의 과제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며 퇴임소감을 남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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