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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진귀한 ‘5월 스포츠’에 쏠릴 세계의 시선

입력
2020.04.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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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무관중 개막을 앞두고 있는 잠실구장. 연합뉴스
무관중 개막을 앞두고 있는 잠실구장. 연합뉴스

참 오래 기다렸다. 프로야구가 마침내 “시작해도 좋다”는 정부의 공식 허락을 받았다. 당분간 무관중이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방송 중계가 시작되니 굶주렸던 야구팬들에겐 희소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줄면서 프로야구뿐 아니라 프로축구, 골프 등 실외 스포츠는 일제히 ‘계절의 여왕’ 5월에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 추세 등을 살피며 수 차례 개막 연기를 반복해온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불안감을 걷어냈다. 안 그래도 21일엔 이사회를 열고 개막일을 정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다. 한국은 대만(지난 12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프로야구 리그를 시작하는 나라가 된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지구촌 전역에서 스포츠 경기를 재개한 나라는 거의 없다. 야구는 대만, 축구는 타지키스탄과 대만 정도가 고작이다. ‘스포츠의 천국’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다.

세계 최초로 프로야구를 재개한 대만 소식은 화제가 됐다. 평소라면 외신들이 거의 다루지 않는 리그지만 야구를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된 덕에 쏟아진 관심이었다. 대만보다 한 수 위인 한국 야구가 시작되면 몇 배로 집중 조명이 될 게 분명하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과 일본에선 야구가 멈춰 있는 만큼 한국은 세계 유일의 ‘고급 야구’가 열리는 나라가 될 판이다.

최근 KBO는 미국의 ESPN이 KBO리그의 중계권에 대한 문의까지 해 왔다고 밝혔다. ESPN은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전문 채널로 유료 시청자만 1억명이 넘는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어있는 메이저리그 편성표를 채울 대안으로 KBO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진 때문일 터이다. 중계가 성사될 경우 KBO리그만의 독특한 응원문화 등 한국 프로야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호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KBO는 아직 협상이 아닌 문의 수준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한국에서 펼쳐질 진귀한 ‘5월 야구’는 히트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최근 각 구단 자체적으로 치른 청백전도 외신의 흥미를 끌어냈다. 미국의 유명 야구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자신의 트위터에 롯데 자이언츠의 청백전 중계 링크를 올리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구를 하고 있다”고 호기심을 보였다. CBS스포츠는 특집기사를 통해 전 세계에서 유일(대만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하게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KBO 리그를 심층 분석했다.

우리도 불과 얼마 전까지 정상적인 시즌 개최를 장담할 수 없었다. 최근 몇 년간 흥행 부진과 맞물려 비관론만 쏟아졌다. 가장 위태로운 상황에서 ‘야구 한류’ 조짐으로 번진 반전의 원동력은 부단한 자구책이었다. 일본과 비교하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확진자가 급증한 한국은 3월 초까지 진행 중이던 모든 리그를 중단하고 개막을 앞둔 리그 일정도 연기했다. 일본 역시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대부분 리그를 연기하면서 양국 스포츠 시계는 멈췄다. 하지만 이후 두 나라의 대응하는 자세가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도쿄올림픽 개최 카드를 놓지 않으면서 사태 초기에 방관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전 국민적으로 형성된 경각심 속에 구단들이 철저한 검사와 방역에 동참해 리그 재개를 위해 노력했다. 일부 구단 코치ㆍ선수가 발열 등으로 의심 증세를 보이면 즉각 모든 연습을 중단하고 격리를 통해 확산을 막았다. 관중 한 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구단과 선수들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노력이라 믿는다. 그 결과 위기는 기회로 바뀌었다. 전 세계 독점 콘텐츠가 될 한국 스포츠의 희망찬 5월을 기대해본다.

성환희 스포츠부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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