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디지털 화폐’ 출시를 앞둔 중국이 막바지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CCTV는 20일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소 책임자를 인용, “선전, 쑤저우, 슝안, 청두 및 향후 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장소에서 폐쇄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출시 시점을 놓고 관심이 집중된 디지털 화폐의 테스트 여부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확인한 건 이례적이다.
다른 중국 매체들도 이들 4개 지역을 디지털 화폐 시범 도시로 거론하고 있다. 인터넷 매체 화이신쯔쉰은 “쑤저우시에서 내달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에게 교통 보조금 명목으로 디지털 위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구체적인 시간표도 공개했다.
디지털 화폐는 현금을 대신하는 법정화폐로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이 개발에 나선 상태다. 특히 중국은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세계 최초’ 타이틀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 발행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화폐 제조와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중은행은 현금을 중앙은행에 맡긴 만큼 디지털 화폐를 유통하기 때문에 디지털 화폐로 인해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없다고 중국 당국은 설명한다. 특히 중국의 비현금 결제 건수는 2018년 2,203억1,200만건으로 전년 대비 36.94% 늘어 디지털 화폐 대중화에 유리한 여건을 갖췄다.
아울러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일종의 전자지갑이다. 은행계좌 없이도 서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반면 중국에서 대중화된 위챗페이ㆍ알리페이 등은 계좌와 연동된 전자결제 방식이다. 코트라 광저우무역관은 17일 보고서에서 “디지털 화폐는 기존 모바일결제에 비해 개인정보 유출위험에서 훨씬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화폐는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국의 오랜 꿈을 이룰 중요한 지렛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올 1월 초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1.97%에서 2.01%로 늘어 2%의 벽을 깼다”며 자화자찬했다. 미국(62%)에 비해 턱없이 낮지만, 위안화가 달러에 밀려 국제사회에서 그만큼 입지가 좁았다는 의미다. 이에 중국은 디지털 화폐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테스트가 곧바로 디지털 화폐 출시로 연결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테스트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서 어느 시점을 적기로 잡을지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디지털 화폐 연구를 본격화한 한국의 경우 내년 1월부터 디지털 화폐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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