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권ㆍ인권 조화 이뤄야”
고위 장성이 관사에 닭장을 설치하는 과정에 병사들에게 ‘갑질’을 하고 병사가 상관을 야삽으로 상해에 이르게 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올해 3번째 지휘서신을 내려 보내 지휘권과 인권의 조화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20일 장관 지휘서신 제11호를 통해 “일부에서 불합리한 부대 지휘에 의한 장병 인권침해, 상관 모욕, 디지털 성범죄와 성추행, 사이버 도박 등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들이 일부 발생했다”고 짚었다. 이어 “어떤 경우라도 법과 규정에 따른 정당한 지휘권 행사는 보장받아야 하며 동시에 장병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며 “지휘권 보장과 장병들의 인권이 조화를 이루면서 병영문화가 더욱 혁신적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육군에선 군단장이 공관에 닭장과 텃밭을 꾸미면서 장병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아 감찰 조사를 받고 있고, 경기 지역의 한 육군 부대에선 병사가 야전삽으로 중대장을 폭행하는 하극상 사건이 벌어져 군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지휘관의 ‘갑질’과 부하 장병의 ‘하극상’이 모두 비슷한 시기 일어났다.
정 장관은 서신에서 “모든 지휘관들은 법과 규정에 따라 부대를 지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휘관 임무 수행시에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격언처럼 인사ㆍ군사경찰ㆍ감찰ㆍ재정참모 등의 조언과 법적 검토를 통해 위법이나 인권침해 소지 등의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 보면서 지휘권을 적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닭장 갑질 사건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읽힌다.
한편, 야삽으로 상관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선 “장병들은 법과 규정(명령복종의 의무 등)을 엄격하게 준수하면서 본인에게 부여된 임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규칙을 위반하고 군의 기강을 흩트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위반 시에는 법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조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장관은 각급 부대에 “지휘권과 장병 인권이 조화롭게 보장되도록 감찰, 인사 등 제 기능을 활용해 예방활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라”며 “법무, 군사경찰, 감찰 등 군 사정기관은 법과 규정을 엄격하게 집행해 부대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하라”고 당부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