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동양인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20일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15일 호주 멜버른 중심가에서 길을 걷던 싱가포르인 18세, 20세 여성 두 명이 백인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이들의 머리채를 잡고 구두를 신은 발로 때렸다. 이런 내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면서 알려졌다.
20초짜리 동영상에는 소매가 없는 점퍼와 흰색 치마를 입은 여성이 한 여성의 머리카락을 반복적으로 잡아당기며 구둣발로 차는 장면이 담겼다. 분홍색 재킷을 입은 공범 한 명은 다른 여성을 밀면서 맞고 있는 피해자를 돕는 걸 막아 섰다.
한 시민의 제지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덕에 다행히 피해자들은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 중 한 여성은 “가해자들이 심한 욕을 하면서 ‘중국으로 돌아가라’ ‘너희는 이 나라에 속하지 않는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는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두렵다”고 했다.
멜버른 경찰 관계자는 범인을 “175㎝ 정도 키에 검은색 재킷을 입고 검은 배낭을 든 마른 체형의 백인”으로 묘사하면서 “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반복적으로 외쳤고 피해자들은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21세 멜버른 여성을 기소했고, 동영상에 등장하는 공범을 쫓고 있다.
호주 경찰은 이 사건을 인종 차별 또는 인종 혐오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멜버른 경찰은 “두 젊은 여성에 대한 이런 무의미하고 악의적인 공격은 우리 지역 사회에서 절대 용납돼선 안 된다”라며 “이들은 우리의 불명예”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외교부도 이 사건을 인지하고 피해자들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하는 한편, 호주 정부에 합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올 2월에는 영국 런던에서 23세의 싱가포르인 유학생이 동양인 혐오에 따른 폭행을 당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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