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 통합당 싹쓸이 후폭풍… ‘지진 가능성’ 평가항목 포함 불리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다목적방사광가속기 포항 유치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대구ㆍ경북 지역구를 싹쓸이하면서 나오는 말이다. 실제로 충청 호남권 등에선 유치 신청 전국 4개 지역 중 전남 나주와 충북 청주 2파전이라는 설이 파다한 실정이다.
20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경북도는 포항공대, 경북대, 대구경북연구원 등 30여개 기관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경북유치 공동추진단을 발족하고 지난 17일 포항시청에서 첫 회의를 개최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포항에 위치한 기존 3세대 가속기보다 빛의 밝기를 약 100배이상 개선한 가속기다. 기초과학부터 산업발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포항에 3,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설비가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이다. 포항 3세대는 도넛형태의 거대한 링에 입자를 가속하는 원형, 4세대는 직선형태의 선형 가속기다. 포항 선형가속기는 에너지는 강하지만 검출구가 3개 정도로 동시 이용에 제한이 많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고도의 기술력과 사업비가 들지만 30~40개의 검출구를 만들 수 있는 원형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사업에 나섰다. 국비 8,000억 원 등 1조원을 들여 2027년까지 가속기와 부속시설을 설립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국내서 유일하게 방사광가속기를 보유한 경북도와 포항시는 최근 예상과 다른 입지 조건이 발표되자 혼란에 빠졌다. 기존 포항 방사광가속기 인근에 10만㎡ 규모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고 지반 조사 등 사전 검토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27일 필요 부지를 포항이 준비한 부지 2배가 넘는 26만㎡ 이상에다 ‘부지 포함 2㎞ 이내 활성단층이 없어야 한다’는 항목을 포함시켰다.
경북도 관계자는 “포항은 가속기 부속시설이 많고 설계상으로도 10만㎡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예상 밖의 조건으로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를 대체 부지로 제안했다”며 “기존 인프라 활용을 통한 1,000억원 규모 예산 절감과 1년 가량의 사업기간 단축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게다가 지진 관련 항목은 모든 조건이 우수한 포항을 배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도 나돈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이 난 포항은 2㎞ 이내 활성단층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부지안정성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마감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공모에는 포항을 비롯해 춘천시(강원), 나주시(전라남도), 청주시(충청북도)가 제출했다. 포항을 제외한 세 곳 모두 집권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포항은 국회를 통한 지원사격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가속기에는 내진설계가 기본으로 들어가 지진 안전성을 따질 필요가 없는데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며 “정부가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포항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기부는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지자체 4곳의 제공부지를 대상으로 선정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4개 지자체는 21일과 29일까지 각각 지질조사보고서, 유치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청이 완료되면 부지선정평가위원회 평가가 진행된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