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광주천 수질보전을 위해 실시 중인 유지원수 방류사업이 주먹구구식이어서 산란기를 앞둔 잉어와 붕어 등이 일부 폐사하거나 어류알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어류알과 치어들이 폐사하면서 광주천을 찾았던 원앙과 청둥오리 등도 새로운 먹이를 찾아 사라지고 있다.
특히 수량부족에 따른 수질악화로 악취가 나는 것은 물론 상류에서 흘러온 각종 폐기물이 곳곳에 남아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20일 오전 10시30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천 상무교 인근에 수량부족으로 대형 모래톱이 드러났고 반대쪽엔 하수처리장을 방불케 하는 하천수가 흐르고 있었다.
광주천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 상무교 아래로 내려가자 수질조절을 위해 설치한 보에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 보를 지나는 수질은 차마 하천수라고 불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연탄재를 뿌려 놓은 듯한 검은색에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가 떠다니고 여기서 발생하는 악취는 코를 찌를 정도였다.
수질악화보다 더 큰 문제는 수량부족이다. 4월은 잉어와 붕어 등 각종 어류의 산란기다. 지난 17일 비가 오기 전까지 광주천의 수량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강가에는 산란을 위해 떼로 모여 다니는 잉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실제 잉어들이 산란기를 맞으면 광주천 강가에서 잉어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다.
하지만 광주시는 지난 17일 광주지역에 비가 예보되자 광주천 수량확보를 위해 흘러내리던 하루 8만톤의 광주하수종말처리장 양수작업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광주천 수량은 급격하게 줄었고 급기야 웅덩이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잉어들이 산소량 부족으로 폐사하기도 했다. 광주천 수량이 줄어들자 강가에서 산란을 위해 떼를 지어 다니던 잉어들이 점차 사라지고 잉어알은 말라 죽어가고 있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광주지역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48.5㎜다. 이는 광주천의 수심을 유지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시는 광주천과 서방천이 만나는 무등경기장 주변 수심이 70㎝~80㎝ 아래로 떨어질 경우 양수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광주천 상류에는 고여 있는 물을 제외하고는 수심이 거의 바닥 수준이어서 생태계 유지가 힘든 실정이다.
시민 윤두현(61)씨는 “광주천 수량부족으로 산란기 잉어들은 물론 어류알 등을 먹이로 한 청둥오리와 원앙 등 대부분의 새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어류 산란기 등 광주천의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주먹구구식 물관리 정책이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천 수량 관리를 위해서는 하수처리장 여과수 확보와 전기료 등 예산문제와 함께 비가 많이 올 경우엔 홍수 등으로 인한 피해도 고려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는 광주천 수량유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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