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 아침 구글 스마트 스피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비비며 “헤이 구글! 굿모닝”이라고만 하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날씨와 최신 뉴스를 정리하여 들려준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우리 집 안방까지 성큼 들어왔다는 생각에 가끔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이제야 스마트 스피커를 접하는 내가 많이 늦은 편이다. 이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이 민간기업과 산업현장을 빠른 속도로 바꾸고 있고, 우리 생활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변화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행정부문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정부는 이미 민원서비스, 사회복지, 치안, 재난안전 분야에서 일선 공무원(Street-level bureaucracy)이 할 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법무부의 챗봇 ‘버비’는 주택ㆍ상가 임대차법 등 국민이 자주 필요로 하는 생활법률 지식을 상담해 준다. 김천시와 부천시가 도입한 ‘다솜이’는 혼자 계신 어르신의 말동무도 되어 주고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하여 생활관리사에게 전달하며 부족한 일손을 덜어 준다. 경찰청은 범죄 수사일지 기록 빅데이터를 활용해 피의자의 여죄를 찾아낸다. 소방청 빅데이터를 활용해 불이 나면 최적의 탈출 경로를 알려 주는 기술도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행정에 적용되면 단순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이 줄어들고 공무원은 다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모든 절차가 표준화되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집행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그러나 과연 좋은 점만 있을까?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소년법원에서 AI를 적용해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인종과 남녀를 차별하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일선관료 이론을 주창한 립스키는 일선 공무원들이 복잡한 환경과 제한된 자원 때문에 업무를 최대한 단순화, 정형화하여 처리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일선 공무원은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때로는 편견에 기반하여 유형화한다. 제한된 인원으로 일하다 보니 미국 경찰이 흑인들에 대한 불심검문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 그 예이다. 인공지능이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유형화하는 과정이 립스키가 말한 일선 공무원의 일 처리 방식과 유사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판단 근거와 결과를 학습하다 보니 결국 인간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공무원의 신속한 업무처리가 더 정확하고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
인공지능 기술을 행정에 적용할 때 대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자율성과 책임성의 문제이다. 일선 공무원은 재량권이라는 이름으로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율성을 발휘하고 대신 결과에 책임을 진다. AI 알고리즘이 과거 데이터에 기반해 기계적으로만 판단한다면 ‘적극 행정’이 아니라 오히려 소극적 집행에만 머무를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공지능 공무원이 인간 공무원과 같이 일하며 시스템 관료제(system bureaucracy)가 일선 관료제를 대체할 것이다. 이를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제도가 없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시스템 관료제가 본격화된다면 입법부, 사법부와는 어떻게 견제와 균형 관계를 이룰 것인가? 인공지능 공무원이 처리한 일을 누가 점검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공무원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고 배상할 것인가? 질문이 그야말로 끝이 없다.
러다이트 운동이나 붉은 깃발법으로 기술혁명을 막을 수 없었듯 인공지능 공무원은 우리가 겪어야 할 가까운 미래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행정의 변화가 ‘인간을 위한 혁신’이 되기 위해선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김은주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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