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해 중환자를 치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혈액을 활용한 항체ㆍ혈장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기자설명회(브리핑)에서는 ‘혈장 치료제는 2~3개월 안에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시간표까지 제시됐다. 그러나 항체ㆍ혈장 치료제 개발 실무를 맡고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은 임상시험을 고려하면 아무리 개발기간을 앞당겨도 내년 이후에야 치료제를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보건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제약사, 대학병원 등과 함께 항체ㆍ혈장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셀트리온과 항체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고 함께할 민간 기업을 공개모집하고 있다. 제약사는 완치자 혈액에서 병원체를 무력화하는 단백질인 항체를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항체를 정제해 치료제를 만든다. 주사제 형태의 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하면 항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한다. 항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는 순간, 바이러스는 세포로 침투하기 위한 열쇠를 잃어버리고 무력화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혈장 치료제의 경우, 항체가 많이 담긴 혈액만 충분히 확보되면 2달 이내에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안본 브리핑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치료제를 현장에서 사용하려면 동물시험 등 임상시험을 3차례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임상시험에는 통상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서류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도 1년 이상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주연 국립보건연구원 신종감염병매개체연구과장은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을 검증해야 현장에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위기인 만큼 서류를 최대한 빨리 검토하고, 일부 절차를 생략하더라도 통상 18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립보건연구원은 혈장 치료제는 부작용이 적을 가능성이 높아 사용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혈장 치료제 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완치자 혈액에서 채취한 항체를 그대로 제재로 만들어 환자에게 투약하는 방식이어서 대량생산이 어렵다. 항체 치료제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듯 항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지만 개발에 시간이 더 걸린다. 이주연 과장은 “지속적으로 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부작용이나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치료제들의 개발시기나 효과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 “정부로서는 가능한 모든 방안을 전부 시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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