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민주당, 60대 이상 통합당 지지
50대 민주당 49%ㆍ통합당 42% 승부 갈라
4ㆍ15 총선의 승패는 50대 유권자들이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3사(KBSㆍMBCㆍSBS)가 총선 당일 실시한 출구조사에 20~40대는 더불어민주당, 60대 이상은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세대 결집’ 구도가 확연했다. 그 사이에서 50대가 민주당 손을 들어주며 승부의 추가 기운 것으로 분석됐다.
◇‘2040 진보, 6070 보수’ 구도서 與 손 들어준 50대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은 ‘진보적 2040 세대 대 보수적 6070 세대’의 구도가 뚜렷했다. 30대의 61.1%, 40대의 64.5%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20대도 56.4%가 민주당을 택했다. 반면 60대 이상에선 통합당 후보를 찍은 비율이 59.6%였다.
50대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50대는 전체 유권자 중 20%(865만명)에 육박하는 최대 집단이다. 50대 중 민주당 후보를 찍은 비율은 49.1%, 통합당은 41.9%였다. 49.1%와 41.9%의 차이(7.2%포인트)를 적용한 양당 득표수 차이는 62만표에 불과하나,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은 그보다 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9일 “영남권 50대가 보수로 강하게 결집한 점을 고려하면,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50대 상당수가 민주당 표를 몰아줬을 것”이라며 “50대 표심이 수도권 지역구 선거의 승부를 갈랐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권 지지층인 3040 세대 유권자 비율은 35%로, 보수적인 6070 세대(27%)보다 높다”며 “그런 구조 하에서 통합당이 50대 표를 더 확보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했다.
◇50대의 진보화… 보수에게 불리해진 운동장?
이번 총선에선 50대의 진보화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과거 50대는 60대와 함께 보수로 분류됐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의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2012년 대선 때 50대의 62.7%가 박근혜 후보를, 37.3%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50대의 새누리당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 지지율은 각각 66.9%, 60.1%에 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2017년 대선부턴 달라졌다. 당시 50대는 문재인 후보에 46.5%의 표를 몰아줬다. 이듬해 지방선거 때도 50대의 72.5%가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를 택했다. 약 1년 만인 이번 총선에서 ‘50대의 민주당 선호’를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등 체질적으로 진보 성향인 386 세대가 586 세대로서 50대에 편입한 결과다.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하면, 20~40대를 어떻게 보냈든지 50대는 보수화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 다시 한 번 무너진 셈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위원은 “지금의 50대가 과거 50대보다 진보적인 건 사실”이라고 했다.
앞으로 정치 지형이 ’20~50대 대 60대 이상’으로 재편되며 보수 야당이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4년 후 22대 총선부터는 현재 50대 중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50대 중후반이 60대로 넘어가고, 진보 성향의 40대 중후반은 50대에 진입한다. 50대 전체의 진보적 색채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엄경영 소장은 “통합당이 고령층만을 위한 ‘대구ㆍ경북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수 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정한울 연구위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율이 30%를 넘긴 전례도 있었다”며 “특정 정당에 대한 세대별 정치 성향은 변화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정 연구위원은 “20대와 50대 사이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 여론이 컸음에도 통합당이 이들을 흡수하지 못한 점이 이번 선거 결과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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