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옹호 문제가 있지만... 문재인 지켜야 해 김남국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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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옹호 문제가 있지만... 문재인 지켜야 해 김남국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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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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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단원을 총선 결과 민심르포] ‘묻지마 민주당 투표’ 바람 불었다…

한편에선 “성적비하 발언 투표 다음날 들어 배신감… 요즘 같은 세상 어떻게 후보자 됐나”

지난 18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로사거리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당선인이 내건 당선 감사 현수막이 아래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임명수 기자

4·15총선 후 첫 주말인 지난 18일 오전 9시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 앞. 고잔동은 중앙·호수·초지·대부동과 함께 단원구을에 속한 곳이다. 이곳에선 ‘성 비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선거 막판 논란이 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김 당선자는 미래통합당 박순자 후보에게 줄곧 뒤처졌지만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차이를 좁혀가며 손에 땀을 쥐는 승부를 펼쳤다.

선거결과에 대한 질문을 경계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속마음을 털어놨다. 60대 이상 연령층에겐 주로 통합당을, 30~50대는 민주당을 찍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20대는 선거후일담에 대한 물음에 고민이 많아 보였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안산단원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가 16일 오전 당선이 유력시되자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틀 전 세월호 참사 6주기가 열린 탓에 단원고 앞은 한산했다. 산책 겸 나왔다는 김모(75)씨는 “어찌 지역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뽑아놨는지 모르겠다”며 “박순자 후보가 그 동안 현역의원으로서 일을 잘했고, 계속 할 수 있게 해 줬어야 했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고잔동 일부 주민들은 단원고 희생학생 추모관 건립문제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씨가 박 후보의 편을 든 이유다. 박 후보는 추모관을 학교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 짓겠다고 한 바 있다.

반면 단원고 바로 앞 정원빌라에 사는 최모(71)씨는 “TV만 보면 싸움질 하는 사람들 뽑아 뭐하겠느냐”며 “새로운 사람을 뽑으면 나아지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민주당 후보가 누구인지, 직업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묻지마 투표’로 여당에 몰아준 셈이다.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기억저장소(고잔동)가 있는 곳에서 만난 임모(60)씨도 “통합당의 막말 논란이 지겨워 민주당을 찍었는데 배신감이 크다”고 했다. 김남국 당선자의 성적비하 발언 사실을 투표 다음날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성적비하 발언이 나왔다고 하는데 왜 여성단체들은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발언을 하고도 후보자가 될 수 있느냐. 통합당이나 민주당이나 다를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로사거리에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낙선한 미래통합당 박순자 의원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명수 기자

아파트가 많은 신도시 격인 호수동과 초지동 사정도 비슷했다. 두 지역은 유권자가 가장 많아 두 후보 측 모두 각별히 공들인 곳이다.

한 30대 여성은 “김 당선자가 ‘조국수호’, ‘성적비하’ 때문에 문제가 있음을 알지만 지금으로선 통합당 보다는 민주당”이라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남자친구도 “김 당선자의 잘못보다 통합당의 막말이 더 심해 민주당을 찍게 됐다”고 했다.

호수동에서 만난 양모(34)씨는 “부모님이 이번 선거결과가 잘못됐다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며 “막말논란의 통합당 보다 문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할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게 맞다”고 했다. 투표를 했냐는 질문에 그는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투표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 뒤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앞 삼거리에 더불어민주당 안산단원구을 지역위원회에서 내건 세월호 관련 현수막 뒤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임명수 기자

20대의 고민은 두드러져 보였다. 구 도심 중앙동과 신도시인 호수동에서 만난 20대층 모두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우리사회 ‘공정’ 화두를 언급했다.

중앙동 상가에서 만난 김모(26)씨는 “조국을 지지한 김 당선자를 찍을 이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난 정부의 대처가 너무 잘못됐기에 이를 바로 잡고자 민주당을 찍었다”고 했다. 호수동에서 만난 윤모(23)씨도 “민주당 김 당선자가 공정하지 못한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백서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공정하지 못한 분, 그를 지지한 김 당선자가 아닌 민주당을 찍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남국 당선자는 조국 전 장관 사태 당시 서초동 집회를 주도했고 ‘조국백서’ 필자로 참여했다. 그는 애초 조 전 장관에게 쓴소리를 한 민주당 금태섭 의원에게 공천경쟁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조국 선거’ 논란이 붙자 당의 만류로 경기 안산단원을에 전략공천됐다.

안산=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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