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주요국들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동선 추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일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위치정보 사용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사생활 침해 우려에 따른 논란이 여전하다.
노르웨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 내 개별국가 차원에선 처음으로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앱을 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18일 보도했다. 이 앱은 감염자와 2m 이내 거리에 15분 넘게 있었을 경우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같은 날 영국 BBC방송은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을 인용해 독일의 추적 앱이 3~4주 안에 출시된다고 전했다. 덴마크도 1~2m 이내 감염자와의 접촉을 감지하는 앱을 2~3주 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에선 도메니코 아르쿠리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관련 앱을 도입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보기술(IT)업체 ‘벤딩 스푼스’가 개발 중인 앱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접촉한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자가격리ㆍ검진 등을 조언하도록 설계됐다. 관련자들의 신원은 익명으로 처리된다. 앱 도입은 유럽 각국이 경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두르는 봉쇄조치 완화 전략과 관련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노르웨이는 단계적 봉쇄 해제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앱을 도입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무서운 기세 앞에 전통적으로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앞세워 온 유럽 국가들의 기류가 바뀐 셈이지만 고민은 여전히 깊다. 각국에서 앱 출시 계획을 쏟아내자 EU 집행위원회는 16일 “위치정보시스템(GPS)과 같이 사용자 휴대전화의 물리적인 위치를 추적하기보다 블루투스처럼 사용자 간 근접성을 측정하는 단거리 전파를 이용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또 관련 앱의 자발적 설치와 익명 정보를 강조했다. 앞서 유럽에선 8개국 전문가 130여명이 참여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한 감염자 동선 추적 프로그램 PEPP-PT앱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출시를 앞둔 유럽 주요국의 추적 앱은 강제사항이 아님을 강조하는 등 대부분 EU 집행위가 제시한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범유럽권에 포함되는 호주도 스콧 모리슨 총리가 추적 앱 의무화를 시사했다가 거센 비판에 부닥친 뒤 자발적 사용 원칙으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해당 앱의 사용을 자율에 맡길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상당하다.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옥스퍼드대 연구 논문에 따르면 추적 앱은 인구의 60% 이상이 사용할 때 효과가 있다. 지난달 말 블루투스 기술에 기반한 ‘코로나 그만(Stop Corona)’ 앱을 출시한 오스트리아에선 전체 인구가 890만명이지만 현재까지 다운로드 횟수는 23만에 불과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유럽에서는 추적 앱이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갖췄더라도 문화적 불신을 극복하기엔 충분치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후 ‘빅브라더’ 기술이 확산될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제비영리단체 유럽디지털권리(EDRi)의 디에고 나란호 정책 책임자는 “최선의 의도로 이뤄지더라도 이런 조치들은 영구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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