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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비트코인 ‘영끌’ 부동산 이어… ‘동학개미운동’ 주식 열풍 해피엔딩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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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비트코인 ‘영끌’ 부동산 이어… ‘동학개미운동’ 주식 열풍 해피엔딩 될까

입력
2020.04.20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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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반복 ‘인생 역전’ 투자] 

 금융사 못 믿어 직접 투자 급증 

 20, 30대 투기성 자금 유입 많아 

 빚 냈거나 단기 차익 노리는 등 

 ‘묻지마 투자’로 손실 커질 수도 

늘어나는 투자자 예탁금. 그래픽=김대훈 기자
늘어나는 투자자 예탁금.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확히 한 달 전(3월 19일) 코스피는 11년 만에 최저치(1,457.64)를 찍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대거 주식을 내던진 결과였다. 반대편엔 외세에 맞서 국내 증시를 지킨다는 의미의 ‘동학개미’ 개인 투자자가 섰다. 이들은 지난달 9일 하루 1조2,800억원 순매수라는 8년여 만의 최대 기록을 세운 뒤 연일 사자 행렬에 나섰고, 지난 17일 코스피(1,914.53) 1,900선 회복의 일등 공신이 됐다. 현재까지의 코로나 증시 1차 전투에서 승자는 동학개미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이런 개인 투자자의 집단 행동은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 ‘가즈아’란 신조어를 남긴 2017년 가상화폐 투자 신드롬과 2018~19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로 사들인 부동산 투자 행렬에도 ‘큰 손’이 아닌, 평범한 개인 투자자들이 있었다.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개미들의 투자 열풍에는 어떤 함의가 숨어 있는 걸까.

 ◇신뢰 잃은 금융사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의 월간 코스피 순매수액(누적)은 지난 1월 4조4,830억원에서 지난달 11조1,869억원으로 2.5배가량 급증했다. 1999년 이래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 둔 예탁금 규모도 지난 1월 28조7,192억원에서 이달(16일) 44조2,344억원으로 50% 이상 늘었다.

이는 급감 추세인 증권사의 주식형펀드 규모와 대조된다. 지난달 국내 펀드에 유입된 돈은 97조1,160억원으로, 유출액보다 30조9,780억원 적었다. 2008년 말 140조원에 달하던 국내외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올해 1월 말 88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금융사가 운영하는 펀드 등 금융상품에 돈을 맡기는 사람보다 직접 주식투자에 나선 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금융사 운영 펀드가 수익률은 낮은 반면 판매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높아 실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 주식형펀드 959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 13일 기준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1.25%에 그쳤다. 은행 예금 이자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투자 유인이 떨어지는 셈이다.

금융사의 생명이라는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선 자본시장과 금융사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펀드 투자가 일반적이다. 반면 국내의 경우 지난해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자산운용의 투자자 피해 사태가 불거지면서 투자자 사이에서 “금융사는 도둑”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계층 상승 사다리는 ‘투자 대박’뿐 

과거와 달리 자산 규모가 적은 20ㆍ30대가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청년 실업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규직 등 안정적인 일자리가 드문데다, 월급만 받아선 부모세대처럼 자산을 축적할 수 없단 사실을 일찍이 깨친 것이다.

때문에 청년들은 과거 비트코인 투자 때처럼 단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는 투기성 자산에 갈수록 고개를 돌리고 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처럼 정상적인 노동으론 자산을 축적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해 복권 당첨처럼 일확천금을 꿈꾸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학개미운동, 해피엔딩일까?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의 향방을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단언하지 못한다. 당연히 동학개미운동의 성공 역시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는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많다. 시장은 장기적으로 예전의 우상향 추세를 회복하겠지만, 그 시점과 기간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빚을 내 투자했거나, 단기 차익을 원하는 사람은 예측 못 할 회복의 기간을 견뎌 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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