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5 총선 다음날인 지난 16일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전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내려 보낸 공문 때문이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초저금리 대출을 시행 중인데 공문에는 ‘보증기관은 보증서 발급을 일시 중단하고 시중은행은 대출 실행 시 2,000만원을 초과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소식을 들은 소상공인들은 “총선이 끝나니 대출을 중단하고 한도를 낮추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소진공으로 항의 전화도 빗발쳤다.
중기부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당초 소진공은 지난 2월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대출에 나서면서 1인당 한도를 7,000만원으로 잡았다. 이는 소상공인이 소진공(피해입증 서류 제출 후 확인서 발급)→지역신용보증재단(보증서 발급)→은행(대출)의 3단계를 거치는 방식으로, 소진공이 직접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대리대출’이라 불린다. 그러나 신청자가 몰려 재원이 빠르게 줄어들자 정부는 지난달 27일 대리대출 한도를 2,000만원으로 낮추고 대신 이달 1일부터 소진공이 1,000만원(특별재난지역 1,500만원)을 바로 빌려주는 직접대출을 실시했다.
중기부는 “대리대출 한도가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고도 현장에서 잘 안 지켜지는 사례가 있어 환기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보증서 발급을 일시 중단하라고 한 건 실무자 착오였다”고 설명했다. 17일에는 기존 공문을 철회한다는 새 공문도 보냈다.
이런 촌극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소상공인 대출 기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대출 기금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는 급증하자 정부가 대출금을 관리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19일 금융위원회와 중기부 등에 따르면 총 1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 초저금리 금융지원 패키지’ 한도가 곧 고갈될 전망이다. 이 패키지는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상인 소진공 대출(2조7,000억원), 1~6등급 중신용자 대상인 기업은행 초저금리 대출(5조8,000억원), 1~3등급 고신용자 대상인 시중은행 이차보전 대출(3조5,000억원)로 나눠져 있다.
이 중 소진공 대출 기금은 이미 1조7,000억원이 사용되는 등 가장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직접대출이 하루에 350억~400억원가량 실행되고 있고 아직 집행되지 않은 기존 대리대출 신청 물량까지 합치면 이달 말에는 나머지 1조원이 모두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중기부는 이에 대리대출 대기자 중 신용등급이 나쁘지 않은 소상공인을 기업은행과 시중은행 대출로 분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내달 초엔 기업은행 대출마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에 가기 힘든 중ㆍ저신용자 소상공인은 기금이 바닥나 대출을 못 받는 제2의 ‘대출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이번 공문 소동까지 겪으면서 소상공인 사이에선 대출 자금이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대출 재원 증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2차 추경에 기대를 걸고 있다. 2차 추경안의 국회 심사 과정에서 금액이 증액되며 소상공인 대출 재원이 편성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선거 기간 소상공인 지원에 대해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소상공인 대출 재원이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방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예비비나 채권 발행 등의 카드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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