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조금씩 줄어서 친구 만나러 왔어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린 이모(25)씨는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월부터 대전에서만 지낸 이씨가 서울을 찾은 건 두 달 만이다. 이씨는 “신종 코로나 사태 전에는 2주에 한 번 꼴로 서울을 찾았다”며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 완화됐고 답답하기도 해서 나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부 완화된 주말과 휴일 서울의 주요 쇼핑몰과 공원, 번화가에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적이 끊겨 거리 곳곳마다 텅 비었던 몇 주 전 상황과는 크게 달라졌다.
낮부터 날씨가 흐려진 이날은 실내 쇼핑몰과 식당에 인파가 몰렸다. 서울 서초구 지하철 7호선 고속터미널역 일대 백화점과 쇼핑몰은 봄 쇼핑에 나선 이들로 들어설 틈 없이 붐볐다. 백화점 할인 코너의 폭 1m쯤 되는 통로에 손님과 직원 10여 명이 마스크를 반쯤 벗은 채 뒤엉켜있기도 했다. 용산구 이태원과 강남구의 유명 식당, 카페에는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주로 젊은 층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나온 아이와 노인도 적지 않았다.
밖으로 뛰쳐나온 시민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서울 용산구 주민 최일현(38)씨는 “신종 코로나가 확산하고 거의 세 달 만에 사람 많은 곳에 나왔다”면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맑았던 전날에는 봄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이 야외로 향했다.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도 돗자리를 펴고 음식을 먹거나 배드민턴을 치는 이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 2m 간격을 유지하며 마스크를 쓰긴 했으나 편의시설 주변에는 돗자리와 텐트들이 오밀조밀 모여있기도 했다. 자전거 도로에도 사진ㆍ자전거 동호회에서 나온 일행들이 줄줄이 오갔다. 서울 강북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박도원(59)씨는 “야외 활동은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 감소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자 방역 당국은 다시 한번 ‘거리 유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강력한 봉쇄를 해제하고 신종 코로나를 통제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없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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