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BO리그가 마침내 기지개를 켠다. 21일부터 돌입하는 구단 간 연습경기는 사실상의 시범경기 성격이다. 기약 없는 자체 청백전만 치르다가 타 팀과 만나는 건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이후 근 2개월 만이다.
27일까지 팀 당 4경기씩 벌이는 연습경기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둔 리허설 무대다. 방송 중계가 편성됐고, 무관중 경기지만 각 팀은 응원단도 가동할 예정이다. 생계에 타격을 입은 협력업체 지원의 의미가 크지만 선수들의 의견도 수렴됐다. 봉중근 KBS 해설위원은 19일 “아무래도 무관중 경기를 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선수들은 아드레날린이 분비돼야 경기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응원단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방역 대책이다. KBO는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배포해 선수, 리그 관계들이 준수해야 할 내용을 소개했다. 선수들은 매일 기상 직후와 경기장 출발 직전에 발열 검사를 한 뒤 KBO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별 자가 점검표를 작성해야 한다. 경기 중엔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맨손 하이파이브나 악수 등의 접촉도 자제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과 악수 등은 ‘강력 권고 사항’이다. 경기 중 침을 뱉는 것도 금지됐다. 한 선수는 “무의식 중에 나오는 거라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지만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방역 야구’는 지난 12일 세계 최초로 프로야구를 시작한 대만이 좋은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대만은 텅 빈 관중석에 마네킹까지 설치해 분위기를 돋웠고, 선수들 간의 하이파이브 등도 철저하게 금지하는 모습이었다.
선수단 외 경기 관련자의 예방 수칙도 한 층 강화됐다. 심판위원은 경기 중 마스크와 위생 장갑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선수와 직접 접촉도 금지된다. 구단 트레이너와 매니저, 통역 등 선수단과 동행하는 프런트와 볼ㆍ배트보이(걸), 비디오판독 요원 등 경기와 관련된 관계자들도 마스크와 위생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KBO는 연습경기가 시작되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정규시즌 개막일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19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야외 스포츠 무관중 경기도 공식적으로 허락해 KBO의 행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확진자 ‘0’이 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게 감염병이다. 개막 후 감염자 발생 시엔 리그가 중단되고 모든 일정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어 당분간 초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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