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해 9월에 이미 중국 남부 지방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한 지난해 12월 말보다 3개월여나 이른 시기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완전한 유전체 염기서열 1,001개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전 세계 변종을 분석한 끝에 초기 발생이 지난해 9월 13일에서 12월 7일 사이일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을 이끈 피터 포스터 유전학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 개월 전에 인간으로 전염이 가능한 형태로 변이했을 수 있다”며 “다만 다른 개체를 감염시키지 않고 박쥐나 다른 동물 혹은 인간 안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초기 발생 지역 역시 우한보다 남쪽 지역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앞서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바이러스 초기 진화 경로를 재구성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3가지 유형의 변이를 일으키며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미국ㆍ호주 지역 환자의 바이러스가 동아시아 지역 환자들보다 박쥐에서 채취한 바이러스와 더 가깝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는 미국ㆍ호주 지역에서 코로나19 발병설의 근거가 될 수도 있어 논란이 됐다. 하지만 12월 말 이후 수집된 최초의 160개 변종을 토대로 한 연구로 표본 크기가 작아 한계가 있었다.
SCMP는 이번 논문은 아직 동료심사를 받기 전이지만, 많은 자료를 토대로 해 코로나19 확산 기원을 선행 연구보다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코로나19의 기원 문제는 질병 확산 책임론 등과 연관되는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 미국와 중국이 연일 상대를 비방하는 소문 등을 내세워 입씨름을 하고 있다.
윈난성 쿤밍동물연구소 쑤빙 연구원은 케임브리지 연구진의 연구 방법론에 대해 상당히 유효하다면서도 오류의 여지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신중론을 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을 조사하는 데 큰 의미가 있어, 연구 결과는 더욱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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