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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패자 3인의 반성문 “골수 우파에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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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패자 3인의 반성문 “골수 우파에만 매달렸다”

입력
2020.04.18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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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미래통합당의 이혜훈, 김용태 의원과 이준석 최고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왼쪽부터 미래통합당의 이혜훈, 김용태 의원과 이준석 최고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수도권(총 121석)에서 16석만 확보한 것이 특히 뼈아프다. 서울에서 낙선한 이혜훈(동대문을) 김용태(구로을) 이준석(노원병) 후보에게 ‘보수 참패의 이유’를 물었다.

제21대 총선 서울 동대문구을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자가 14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빌딩 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총선 서울 동대문구을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자가 14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빌딩 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혜훈 “중도층이 아닌 골수 우파를 향한 메시지만 냈다”

선거 내내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기댔던 것이 최대 패착이다. 선거운동 중반까지만 해도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니까 수도권은 무조건 이긴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골목을 다니면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야당이 여당 일 못하게 발목 잡는다’는 야권 심판론이 커지는 걸 확인했지만, 안이하게 여겼다.

골수 우파를 위한 메시지만 낸 것도 문제였다. ‘차명진 막말 사태’가 대표적이다. 중도층을 바라봤으면 곧바로 손절매해야 했지만, 골수 우파를 의식해 제명을 머뭇거리다가 일이 더 커졌다. 차명진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수도권 선거를 망친 것이다.

선거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인식의 게임’이다. 그런데 통합당은 유권자들의 인식이 어떻든 집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우리가 옳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여기는데 통합당은 ‘그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우기기만 했다.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보수는 이런 자세부터 고쳐야 한다.

수도권과 중도층의 마음을 읽는 지도부 구성이 급선무다. 지도부의 말 한 마디가 중도층에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 지를 아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대선도 힘들다.

제21대 총선 서울 구로을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자가 1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총선 서울 구로을 김용태 미래통합당 후보자가 1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태 “국민의 미래 책임질 능력도 품격도 없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당연히 우리를 찍어줄 것이라고 단단히 오판했다. 선거 현장에서 들리는 ‘경제가 어려워 사는 게 힘들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통합당에 대한 지지로 착각했다. 그 점이 가장 뼈아프다.

국민은 정권의 잘잘못을 떠나 실력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통합당부터 심판하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전혀 읽지 못했다. 통합당엔 국민의 삶과 미래를 책임질 능력과 품격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자’는 목소리만 높였다. 유권자들 눈에 얼마나 한심하게 보였겠나.

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나로서는 구로을에서 문재인 대통령 복심인 윤건영 당선자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데서 오는 자괴감이 크다. 기존 지역구(서울 양천을)를 떠나 구로을에서 내 생각과 비전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총선이 끝나고 ‘자세를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했다’고 자책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말이 비수로 꽂혔다.

통합당은 공감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경제 위기에 고통 받는 국민을 걱정해주는 척만 했지, 실제로 공감하지는 못했다. 스스로를 낮추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서울 노원병 후보가 3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미래통합당 서울 노원병 후보가 3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반(反) 문재인’을 우리 정체성이라 착각했다”

‘반(反)문재인’이 어떻게 한 정당의 정체성이 될 수 있나. 통합당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통합당을 찍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한마디로 ‘수권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여당이 하는 것은 무조건 안 된다’ 말고 통합당만의 명징한 정책이 무엇이냐”고 유권자들이 물었을 때 나조차 할 말이 없었다. 경제민주화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연평균 7% 성장ㆍ10년 뒤 1인당 소득 4만 달러ㆍ세계 7대 강국 진입) 공약까진 기대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최소한 ‘과감한 감세’같은 방향성이라도 제시했어야 했지만,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공천 번복, 문제 후보 제명 등 과정에서 당을 제어하는 능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런 지도부가 이끄는 당에 나라의 미래를 걸 수 있겠나. 그렇다고 믿고 찍을 후보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안티 세력’이라는 이미지로는 영영 성공할 수 없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완전한 물갈이’가 필요하다. 보수정당이 기피해 온 공정과 정의를 보수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삼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것을 대선 2년 전에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점에 기대를 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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