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ㆍ불출마 의원들 잇따른 비판 목소리
4ㆍ15 총선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둔 미래통합당이 참패를 반성하면서도 정부ㆍ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칼끝은 거두지 않고 있다. 180석을 확보한 범 여권을 ‘독재’나 ‘폭정’이라는 단어로 공격하면서다.
이 같은 목소리는 주로 총선 낙선자나 불출마 의원 등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을에서 윤건영 민주당 당선인과 맞붙어 패배한 김용태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거에 졌으나 할말은 해야겠다”며 “전쟁에 이겼다고 전쟁 전에 저지른 범죄가 다 무죄가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당인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가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를 물은 것을 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윤 총장의 목을 베겠다고 나선 당신의 후안무치에는 내 비록 선거에 졌으나 준엄히 경고하는 바”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에 이겼다고, 아직 1심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녕 조국과 정경심이 무죄가 될 수 있는가. 울산시장 부정선거가 아예 없었던 일이 될 수 있는가”라고 현 정권 관련 비리의혹을 일일이 열거했다.
인천 연수을에서 떨어진 민경욱 후보도 페이스북에 “선거가 끝나는 날 폭정은 시작된다(Where annual elections end, tyranny begins)”는 문장을 올렸다. 이는 미국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저서 ‘폭정: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에도 등장한 격언이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통합당의 중진 김성태 의원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도 이번 선거로 비로소 ‘포퓰리즘 독재’의 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 앞에 오만해지지 않기를 당부 드린다”고 썼다.
통합당 의원들의 잇따른 견제 발언은 ‘견제 권력’마저 허락하지 않은 이번 총선 민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 비례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9석을 합해 103석(35%ㆍ총 300석)을 얻는 데 그쳤다. 개헌 저지선만 간신히 지켰을 뿐,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국회의 권력을 민주당에 고스란히 내줬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이로써 21대 국회에서 헌법 개정(재적 의원의 3분의 2, 200석)을 빼고는 대부분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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