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Why] “출마 위해 낸 기탁금 36억원은 통합당보다 많아”
‘여성 추천 보조금’ 8억4,000만원…“여성 후보 77인에게 돌려줬다”
“왜 한쪽 면만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21대 총선 결과가 판가름 난 16일 오후, 한국일보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는 자신을 허경영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의 관계자라고 밝혔는데요. 이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여성 추천 보조금’ 명목으로 8억4,000여만원을 받았지만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 하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관련기사☞ 선거보조금 8억 챙긴 ‘허경영 배당금당’… 후보 257명 모두 낙선
한 마디로 선거 보조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이번 총선에 나선 것이 아니라는 취지였는데요. 그는 “출마한 사람들이 257명이고 선거 기탁금, 유세 비용 등으로 들어간 돈이 수십억 원인데 모두 낙선하고 선거 비용을 보전 받은 후보는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선거 보조금으로 받은 돈은 기탁금과 선거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이야기죠.
정치자금법은 전국 253개 지역구의 30% 이상을 여성 후보로 공천하면 여성 추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끔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번 253개 지역구의 경우 30%는 76명이죠. 배당금당은 이보다 1명 많은 77명의 여성 후보를 등록하면서 8억4,000여만원을 수령하게 됐습니다. 이 기준을 통해 보조금 전액을 지급받은 것은 2004년 규정이 생긴 뒤 배당금당이 처음이라 화제가 됐죠. 또 다른 배당금당 관계자는 “선거보조금 8억4,000만원은 취지에 맞춰 들어오자마자 바로 여성 후보 77명에게 1,080만원정도씩 지급했고 영수증을 챙겨 중앙당에 제출하면 선관위에 낼 예정”이라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배당금당은 이번 선거를 위해 얼마나 썼을까요?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관할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1인 당 1,500만원을 내야 하는데요. 비례대표 후보는 500만원으로 이보다 적습니다. 이번 선거에 입후보한 지역구 235명과 비례대표 22명의 기탁금을 합하면 36억3,500만원입니다. 여성 추천 보조금으로 받은 돈의 4배가 넘습니다.
배당금당 출마 위한 선거 기탁금은 2등, 후보자 수는 1등
실제로 배당금당은 제21대 총선에서 기탁금 납부 총액으로는 2순위를 기록했어요. 선관위에 따르면 기탁금을 가장 많이 낸 정당은 253개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내보내면서 37억9,500만원을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이었는데요. 미래통합당은 237명으로 35억5,500만원을 납부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배당금당이 원내 1ㆍ2당인 민주당과 통합당보다도 많은 후보를 냈네요. 이 중에 강간,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전과가 있는 후보자가 포함돼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죠. 결국 후보 전원이 낙선, 비례대표는 총 0.71%의 지지율에 그쳤는데요. 득표수로는 2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배당금당에 표를 던졌지만 기탁금과 선거비용은 한 푼도 보전 받지 못 했다고 합니다.
선거법에 따르면, 지역구 후보는 15%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면 기탁금 전액을, 10~15%를 득표하면 50%를 돌려받습니다. 비례대표 후보 기탁금의 경우에는 소속 정당에서 1명이라도 당선인을 내면 전액을 보전 받는데요. 배당금당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아 각 후보들이 낸 기탁금 36억3,500만원과 기타 선거비용은 모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게 됐습니다.
배당금당 관계자는 “오히려 거대정당에서는 배당금당보다 적은 수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대부분 지지율 15%를 넘기면서 선거비용을 보전 받는다”라며 “배당금당과 관련해 선거보조금 8억4,000여만원 한 면만 봐 비난하지 말고 후보들이 쏟은 비용과 노력도 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배당금당의 목소리를 전해드렸는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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