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복(26ㆍ우리카드)은 지난 9일 2019~20 V리그 남자부 최우수선수상(MVP) 영예를 안았다. 팀 창단 이후 첫 MVP 배출이다. 나경복의 활약과 함께 우리카드도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나경복은 17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비예나 선수가 워낙 시즌을 잘 치렀기에 내가 MVP를 수상할 줄은 몰랐다”면서 “올 시즌 내 점수는 60~70점 정도다. 다음 시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자세는 한껏 낮췄지만 나경복은 2015년 데뷔 이후 올 시즌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공격 종합 4위(52.9%)에 득점은 국내 선수 중 1위(491득점ㆍ전체 6위)다.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도 달성했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리시브(30.6%)도 월등히 좋아졌다. 블로킹도 0.41(세트당)로 최고치다. 그는 “정규리그와 챔프전까지 시즌이 완전히 끝난 뒤 평가를 받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FA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나경복은 지난 14일 현 소속팀인 우리카드와 3년 총 13억5,000만원에 계약하며 신영철 감독과의 의리도 지켰다. 그간 ‘만년 유망주’ ‘미완의 대기’ 등의 평가를 받았지만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부터 기량이 급등했다. 그는 “내 성장 비결은 (신영철) 감독님이다”라며 “감독님께 아직 더 배울 게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 집에 머물면서 결혼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근황을 전한 그는 오는 7월 동갑내기 예비 신부와 화촉을 밝힌다. 당초 챔프전을 마치고 4월에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조금 미뤘다. 나경복은 “‘26세에 결혼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바람대로 이뤄졌다”면서 “체력이 달려 힘들어하면 ‘밥 먹이겠다‘며 초밥을 사 들고 서울에서 인천 훈련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곤 했다. 그 모습에 결혼 결심을 하게 됐다”라며 웃었다.
올 시즌 △개인 첫 트리플크라운 △팀의 창단 첫 10연승 기록 △그리고 10연승이 깨지던 날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나경복은 “가장 좋았던 경기는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삼성화재전(11월 27일)이었다”면서 “하지만 5라운드 대한항공전은 너무 아쉬워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2월 9일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면서 팀 연승 행진을 ‘10’에서 마감했다. 펠리페가 27득점(46.9%), 팀 후배 황경민이 12득점 하며 분전했지만 나경복은 9득점(33.3%)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나경복은 “11연승까지 이어갈 수 있었는데 내가 무너지는 바람에 경기를 내줬다”면서 “많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된 경기”라며 돌아봤다.
올 시즌 팀이 많이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가 부진하거나 빠지면 크게 무너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펠리페가 빠진 4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나경복과 황경민, 한성정 등 토종 공격수들의 기량이 고루 성장했기 때문이다. 나경복은 “예전엔 한 사람의 기량에 의존했던 팀이었다면, 올 시즌엔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붙은 팀으로 거듭났다”라고 말했다.
나경복은 그간 ‘국가대표에만 다녀오면 실력이 한 뼘씩 자란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경복도 “동의한다”라며 웃었다. 그는 “대한민국에 배구 잘하는 형들은 모두 대표팀에 있다. 또 세계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면서 “그들 곁에서 듣고 보고 배우니 확실히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감이 붙으면서 정신력도 강해졌다”라고 했다.
데뷔 5번째 시즌 만에 많은 것을 이룬 나경복은 이제 다음 시즌으로 눈을 돌린다. 나경복은 “다음 시즌 목표는 무조건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챔프전’이다. 당당하게 챔프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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