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 혼자 못 해… 매 시간 학부모 공개수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 혼자 못 해… 매 시간 학부모 공개수업”

입력
2020.04.16 17:55
수정
2020.04.16 19:01
16면
0 0

일부 학교에서는 원격수업 플랫폼 말썽으로 수업 차질 빚기도

2단계 온라인 개학일인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초 5학년 창의반 담임 교사가 출석을 부르고 있다. 서재훈 기자
2단계 온라인 개학일인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초 5학년 창의반 담임 교사가 출석을 부르고 있다. 서재훈 기자

“소리가 어디 있어? 소리가 잘 안 들리네. 카메라는 꺼져 있는 건가….”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초 5학년 창의반 1교시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 10분 전. 맞벌이 아들 부부 대신 손자의 원격수업 참여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우(가명) 할머니의 목소리가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진우가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고 채팅방으로 전달하자, 담임인 송미경 교사는 결국 1교시 수업을 마치고 진우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임 교사가 진우 할머니와 진우에게 차례로 “좌측 하단에 마이크 모양 음소거 버튼이랑 비디오 중지 버튼 사이에 있는 화살표를 눌러서 소리를 테스트해 보라”고 프로그램 이용 방법을 설명한 뒤에야 진우는 2교시부터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중3과 고3에 이어 초등학교 4~6학년, 중1ㆍ2, 고1ㆍ2가 온라인 개학을 한 이날 컴퓨터 앞에 앉은 아이들 옆에는 대부분 보호자가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원격수업은 ‘어른’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일선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초등학교는 이런 경향이 더 짙었다. 이날 용산초 개학식과 1, 2교시 수업을 참관해 보니 수업 전이나 쉬는 시간마다 아이 옆에서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거나 기기 조작을 돕는 학부모, 조부모가 컴퓨터 화면에 수시로 비쳤다. 김경미 용산초 교무부장은 “매 시간 학부모 공개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난 토요일(11일)에는 1~6학년 전 학부모 대상으로 화상연수도 실시했다”고 말했다.

‘사전 연습’에도 불구하고 아직 원격수업이 서툰 학생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5학년 창의반의 2교시 수학 시간에는 채팅방에 답을 입력해 보라는 교사 지시에 한 학생이 ‘글을 입력하는 방법’을 묻기도 했고, 오전 9시 온라인으로 치러진 개학식에는 5, 6학년 학생 91명 중 5명이 연락 없이 불참했다. 용산초 측은 “이 학생들은 기기 조작을 못했거나 개학식 시간을 놓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쌍방향 수업을 방해하는 복병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의 채팅방 기능이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원격수업이 마냥 신기한 아이들이 채팅방에서 쉴새 없이 떠든 것이다. 송미경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업 중간중간 “불필요한 채팅은 금지합니다” “수업 시간은 ‘채팅 시간’ ‘노는 시간’이 아니에요” “애들아 ㅋㅋㅋㅋㅋ는 그만” 등 아이들에게 수차례 주의를 줘야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원격수업 플랫폼이 또 다시 말썽을 일으키면서 수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없었다. 서울 마포구 염리초는 이날 수업에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위두랑’과 화상회의 프로그램 ‘웹엑스(Webex)’를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위두랑은 접속자가 폭증하면서 서비스가 아예 중단됐고, 웹엑스는 오전 한 때 접속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 측은 다행히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마련한 ‘플랜B’,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수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상적인 원격수업의 형태인 쌍방향 수업 비중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비해 높은 것은 강점이었다. 용산초는 1~6학년 모두 매일 한 시간 이상 쌍방향 수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김경미 교무부장은 “아무래도 초등은 교육과정상 직접 체험하고 말하고 발표하는 학생주도학습이 많다 보니 중등보다 쌍방향 수업에 적합한 것 같다”며 “교사들도 쌍방향 수업에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답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