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전담사ㆍ교실 확보 비상
경북 구미시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A(39)씨는 다음 주부터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 감염이 시작된 2월부터 친정과 시댁에 번갈아 아이를 맡겨왔지만, 20일부터 원격수업이 시작되면 스마트기기에 익숙지 않은 조부모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휴가를 낼 수 없는 A씨 부부의 사정도 겹쳤다. 그는 “저학년인 아이 원격수업을 누군가는 매일 도와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며 “긴급돌봄에 보내면 원격수업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16일 4~6학년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긴급돌봄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A씨처럼 자녀 원격수업을 제때 챙겨주지 못하는 직장인 학부모 수요 때문이다. 정순자 서울 염리초 교장은 “온라인 개학 전까지 긴급돌봄 신청자는 하루 최대 54명이었는데, 다음주 긴급돌봄을 이용하겠다는 신청자가 오늘까지 73명”이라며 “학교로 직접 손주를 데려와 ‘여기 오면 원격수업 도와주냐’고 묻는 조부모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긴급돌봄 신청자 수는 1만9,672명(참여율 73.7%)으로 개학 전인 13일 1만7,338명(참여율 73.8%)에서 13%가량 늘었다. 지난달 2일 1만2,776명(참여율 43.8%)과 비교하면 7,000명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더욱이 20일 돌봄수요가 많은 초등 1~3학년이 개학하면 수요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청자 급증에 학교마다 비상이 걸렸다. 개학 전 긴급돌봄 학생 50여명을 유지하던 서울 B초등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이번주 긴급돌봄 신청자가 145명까지 치솟았다. 이 학교 교감은 “학부모들께 일일이 전화해 고학년은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고, 현재 94명까지 줄였다”라며 “교실이 모자라 한 반에 10명씩 앉게 되는데 학교에서 감염병 유행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추가 인력을 구해야 하는 점도 고민거리다. 애초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설계된 돌봄교실이 온라인 개학에 따라 정규수업 시간에도 편성되면서 돌봄전담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교육부는 돌봄교실을 정규수업시간과 하교 이후 시간으로 나누고, 수업시간에는 방과후학교 강사 등을 학습도우미로 고용해 원격수업을 지원하라고 안내했다. 급하게 대체인력 18명을 모집한 B학교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전언이다.
신도시 등 학생수가 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원격수업 기간 동안 운영할 돌봄교실을 찾는 것도 골칫거리다. 수도권 C초등학교 교장은 “교육부 안내 지침은 원격수업 교실을 돌봄교실로 쓰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학생 수가 많아 어학실을 교실로 증축한 마당에 돌봄교실 운영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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