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양대 축이 흔들리고 있다. 예상대로 지난달 소비와 생산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아직 서곡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아 추락의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8.7% 급감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매판매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주요 경제 동력이다. 특히 의류판매가 50.5%나 줄었고, 배달 영업만 가능해진 음식점과 주점 매출도 26.5% 하락했다. 다만 자가 격리가 길어진 덕에 식료품을 비축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식료품점과 온라인 판매는 각각 26.9, 3.1% 늘었다.
같은 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내놓은 지난달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5.4% 줄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을 담당하는 제조업에서 생산이 6.3%나 줄어든 결과다. 대신 영업을 중단한 사업장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무급 휴직을 강제해 실업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자택 대기 명령이 본격 확산된 지난달 중순부터 4월 둘째 주까지 한 달간 2,200만명이 실업수당을 신청한 게 단적인 증거다.
실물경제 지표로 확인된 코로나19 충격은 증시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2%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산유국 감산 합의에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제유가 역시 부담이다. 이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선 아래서 장을 마쳤다.
불황의 파고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이날 Fed는 연간 8차례 발표하는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향후 수개월간 대부분의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3월 지표는 다가올 사태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했고, 소매 컨설팅기업 그로우스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존슨 대표는 “4월은 분명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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