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해군 항공모함 ‘샤를 드골’과 호위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전략자산인 항모 내 무더기 감염이 확인되면서 보건위기 상황에 따른 안보전략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국방부는 15일(현지시간) “해군 항모 샤를 드골과 호위함 승조원 66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현재 3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드골함은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대서양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일부 승조원이 기침ㆍ발열 등 의심증상을 보이자 지난 12일 툴롱 해군기지로 복귀했다. 프랑스 군당국은 승조원과 조종사 전원에 대해 14일간 격리를 명령했다.
이번 드골함 내 무더기 감염은 함정 내 특수한 상황이 코로나19에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재확인시켰다. 앞서 미 해군 항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브렛 크로지어 함장은 국방부에 보낸 구조 요청 서한에서 “승조원들은 2, 3층짜리 침대에서 자고 식당과 욕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며 “군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실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미 과학전문 온라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선박은 폐쇄된 상태라 육상에 비해 감염 전파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항모가 전략자산이라 정보 공개의 내용과 범위가 제한적이란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실제 크로지어 함장은 서한이 언론에 유출된 후 전격 해임됐고,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직무대행은 “크로지어 함장이 사전 협의 없이 내부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등 지휘계통을 벗어났다”고 비난했다. 이후 관련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는 가운데 이날 현재 루즈벨트함 내 감염자는 최소 585명에 달하고 이미 사망자도 나온 상태다.
사실 다른 항모 운용국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문제는 안보전략상의 비중과 중요성 때문에 감염 정보가 은폐되면서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루즈벨트함이 중국 견제 차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이탈한 뒤 미국에선 역내 영향력 감소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보건위기에 취약한 전략자산의 경우 전반적인 운용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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