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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트럼프도 손 못 대는... 미국 방역전선 소신맨

입력
2020.04.18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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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장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계속 진실을 말할 겁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본인의 경질설이 돌던 지난 12일(현지시간) 이 같이 말했다. 어쩌면 이런 소신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부터 30여년간 보건당국 책임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인지 모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독감 수준으로 치부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어르고 달래서’ 강경대응에 나서게 한 이는 누가 뭐래도 파우치 소장이다. 그는 백악관과 의회를 바쁘게 오가며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동제한 조치와 검사 역량 강화 등을 적극 추진했다. 20만명이던 미국의 사망자 예상치는 절반까지 감소했고 어느 순간 그에겐 ‘국민 의사’라는 애칭이 붙었다.

사실 타협 없는 그의 직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치료약을 찾았다고 호들갑 떨자 바로 옆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쏘아붙였고, 5월 1일 경제활동 재개 방침에는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며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방송 인터뷰에선 트럼프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파우치를 해고하라’는 글을 직접 리트윗했을 정도로 두 사람 간 관계는 긴장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전(戰)은 앞으로도 이 ‘특이한 듀오’(시사잡지 뉴요커)가 이끌어갈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우치 소장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운 건 그의 존재감 자체가 방역전에서 큰 자산임을 보여준다. “비상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를 대하는 방법은 오롯이 업무로만 부딪히는 것”이라 믿는 파우치 소장의 거침없는 ‘바른 소리’는 계속될 것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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