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첫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경기 의정부갑에 출사표를 던진 32세 청년 오영환 당선인이다. 오 당선인은 16일 21대 총선 개표 결과 53%의 득표율로 무소속 문석균(8.6%) 후보와 미래통합당 강세창(37.4%)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정치 신예인 그가 국회입성에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의정부갑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6번 당선되는 등 지지세가 확고하고 텃세도 강한 곳이다. 악재도 있었다. 문 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지역구 세습논란’ 역풍에 후보직을 사퇴했다. 민주당은 이런 의정부갑에 ‘영입인재 5호’인 오 당선인을 전격 투입했다.
하지만 문 후보가 전략공천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지지세에 이탈이 나타났다. 오 당선인은 이런 악재와 3파전의 불리한 구도를 뚫고 결국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유명 스포츠클라이밍 선수인 부인 김자인씨가 전면에서 선거운동을 도운 것도 그의 당선에 힘이 됐다.
오 당선인은 2010년부터 현장 소방관으로 10여년 재직하다가 퇴직했다. 소방관으로 있으면서 중앙119구조본부 현장 대원으로 2,000번 넘게 구조 활동을 펼쳤다. 호흡곤란 등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른 환자를 응급처치로 살린 대원에게 주는 ‘하트 세이버’(heart saver) 배지도 6개 받았다. 일선 소방관들의 목숨을 건 화재진압과 구조 활동 이야기를 다룬 ‘어느 소방관의 기도’라는 책을 펴내 대중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오 당선인은 대한민국 최초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답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입법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재난취약계층 안전관리 특별법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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