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주자들 기상도
21대 총선은 대권을 노리던 잠룡들의 운명을 바꿨다. 승리를 거머쥔 당선자들은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한 반면, 탈락자들은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등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구도는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여당 내 대선주자 기상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앞길은 ‘맑음’이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의 총선 압승을 이끈 공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대선 지지도 2위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꺾은 성과로 ‘대세론’을 굳혔다. 잠재적인 대선주자로 분류됐던 김두관 당선자도 험지인 경남 양산을에서 생환하면서 부산ㆍ울산ㆍ경남(PK)을 대표하는 대권 후보군으로 진입했다. 역시 험지인 강원(원주갑)에서 3선에 성공한 이광재 당선자도 당내 입지가 탄탄해질 전망이다.
총선에서 직접 뛰진 않았지만 측근이 대거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도 대선 주자로서 행보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기동민(서울 성북을)ㆍ윤준병(전북 정읍ㆍ고창)ㆍ진성준(서울 강서을)ㆍ김원이(전남 목포) 당선자 등 부시장으로 서울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측근들이 총선에서 대거 승리했기 때문이다. 외곽에서 전국 지원 유세를 다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공로를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 다만 ‘통합’의 아이콘인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져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꼈다. 물론 정치권에선 지역주의 타파에 앞장 선 공로는 더 평가 받는 분위기다.
야권에선 큰 변화가 생겼다. 보수 진영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가 총선 패배 책임 문제로 사퇴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그 사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생환한 홍준표ㆍ김태호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권력 재편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복당 과정에서 통합당 구성원과 마찰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측근들을 대거 원내 입성시킨 유승민 통합당 의원도 재평가 받을 기회를 얻었다. 유승민계 전ㆍ현직 의원 중 유의동(경기 평택을)ㆍ조해진(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ㆍ하태경(부산 해운대갑)ㆍ김희국(경북 군위ㆍ의성ㆍ청송ㆍ영덕)ㆍ류성걸(대구 동갑) 당선자가 21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다만 유 의원이 선거운동 기간 집중적으로 지원한 이혜훈ㆍ오신환ㆍ진수희ㆍ지상욱 등 수도권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한 게 뼈아픈 대목이다.
재기에 성공하지 못한 잠룡도 다수다. 서울 광진을에서 신인 정치인 고민정 민주당 당선자에게 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서울시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오 전 시장은 다시 한 번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5선에 도전했던 나경원 통합당 의원도 서울 동작을에서 이수진 민주당 당선자에게 발목을 잡혔다.
20대 총선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얻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대선 주자로서 파급력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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