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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분열에도 승리 쟁취한 당선자들… 어부지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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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분열에도 승리 쟁취한 당선자들… 어부지리는 없다!

입력
2020.04.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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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 What] 연수을·강릉ㆍ미추홀을·고양갑…단일화 없이도 승리 

제21대 총선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9일 인천 연수구 지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제21대 총선 인천 연수을에 출마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9일 인천 연수구 지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실패. 지금까지는 패배의 지름길로 여겨져 왔습니다. 단일화 덕에 이기고, 단일화 때문에 지는 게 선거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4ㆍ15 총선은 유독 지역구 후보 단일화를 거의 이루지 못한 선거였습니다. 범진보에서도, 범보수에서도 지역구 후보가 난립하면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지역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어요. 보수 혹은 진보진영에서 여러 명 출마한 지역은 상대 진영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죠. 정말 그랬을까요.

강원 강릉은 가장 대표적인 지역인데요.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 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 2명과 통합당 공천을 받고 출마한 후보까지 보수진영 후보만 무려 세 명이었습니다. 보수 후보 난립에 힘입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당선 기대감을 잔뜩 높였을 텐데요. 어부지리는 없었습니다. 강릉에서만 내리 3선을 한 권성동 무소속 당선자가 통합당의 공천 배제에도 4선에 성공했거든요.

진보진영에서 후보 단일화 실패로 ‘진보 정치 1번지’이자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성산을 통합당에 빼앗긴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뜻밖의 결과가 이어졌습니다.

‘인천의 강남’ 인천 연수을을 한번 볼까요? 이곳은 역대 총선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강세를 보여온 지역이죠. 게다가 민주당에서 정일영 후보를, 정의당에서 이정미 후보를 동시에 내보내면서 유일한 보수진영 후보에다 현역 의원이었던 통합당 민경욱 후보가 당연히 당선될 거라는 예상들이 많았죠.

진보 성향 지지자들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모두 후보를 내보내 진보 표가 갈릴 테니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압박에 나서기도 했죠. 하지만 단일화 논의 자체가 없었습니다. 민주당은 “단일화 없이도 충분히 이긴다”고 자신했죠. 모두들 저러다 지면 어떻게 책임지느냐며 조마조마했죠. 실제 개표가 시작되고 민 후보가 줄곧 득표율 1위를 달리면서 어부지리 승리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는데요. 개표 막판 정 후보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둡니다.

강원 강릉지역에 당선된 권성동(왼쪽) 무소속 당선자와 인천 미추홀을에 당선된 윤상현 무소속 당선자가 16일 각각 화환을 목에 걸고 당선을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강원 강릉지역에 당선된 권성동(왼쪽) 무소속 당선자와 인천 미추홀을에 당선된 윤상현 무소속 당선자가 16일 각각 화환을 목에 걸고 당선을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인천 미추홀을은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줬어요. 미추홀을도 대대로 보수가 강세를 보여온 보수 텃밭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수진영에서 2명의 후보가 나왔습니다. 한솥밥을 먹던 윤상현 무소속 후보와 안상수 통합당 후보가 나란히 출마한 것이죠. 당연히 표가 나뉘었을 것 같죠?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윤상현 무소속 당선자가 남영희 민주당 후보를 171표 차이로 가까스로 제치고 수성에 성공했습니다. 정의당에서도 후보를 내보내 진보진영도 사실상 2명의 후보였지만,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은 것으로 보여요.

2명의 진보진영 후보와 1명의 보수진영 후보가 맞붙었던 경기 고양갑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곳에서는 통합당 이경환 후보와 민주당 문명순 후보, 그리고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이 대결을 펼쳤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내는 바람에 이 후보가 당선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어요. 사실 그 동안도 민주당이 후보를 냈지만 기를 쓰고 이기려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민주당에서도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달려 들었고 때문에 진보 진영에서는 이 후보의 어부지리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들을 했죠. 실제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그러나 끝내 심 당선인이 39.3%의 지지를 얻어 32.7%의 득표율을 보인 이 후보와 27.3%의 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이 16일 경기 고양시 화정동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심상정 선거캠프 제공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이 16일 경기 고양시 화정동 선거사무소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심상정 선거캠프 제공

후보 단일화 결렬. 그 동안 ‘망하는 지름길’로만 여겨졌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일부에서는 ‘달라진 유권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네요.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일종의 학습효과처럼 유권자들이 워낙 단일화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어서 실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어느 정도의 분위기만 형성돼도 이제는 알아서 표를 몰아주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갈수록 똑똑해 지는 유권자들이 (후보 단일화처럼) ‘보여주기’를 통해 판세를 뒤집으려는 시도보다는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지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며 “단일화를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지역마다 사정이 다 다르고 후보 개개인의 능력도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는 쉽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어찌됐든 이번 선거가 변곡점은 됐겠죠. 앞으로 인위적인 단일화 움직임은 확 줄어들지 않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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