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용인·광명·양평 단체장 등 3명은 당선
전문가 “인지도 보다 일 잘했는지가 영향”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경기남부지역 기초단체장 출신들이 대거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각 지역 단체장으로서 인지도가 높고, 지지 기반이 확실해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예상을 깨고 줄줄이 탈락하면서 지역 민심이 녹록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후보가 7만5,266표(53.60%)를 얻어 5만9,438표(42.33%)를 얻은 미래통합당 이필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만안구는 구도심인데다 이종걸 국회의원이 내리 4선에 당선돼 민주당 텃밭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강 후보자가 경선과정에서 이 의원을 밀어내고 초선에 도전하는 상황이라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상황이었다. 여기에 민선 6대와 8대 안양시장을 역임한 이 후보자가 등장하면서 쉽지 않은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이런 현상은 개표 과정에서도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러던 중 오후 11시를 넘어서면서 경기도의회 의장 출신인 강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내리 3선을 역임한 미래통합당 조억동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조 후보는 이번 투표에서 4만469표(42.69%)를 얻는데 그쳐 5만3,221표(56.14%)로 1위를 차지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취졌다. 조 후보 역시 개표 초반 1·2위를 오가며 선전했지만 소 후보가 다져온 밑바닥 정서를 빼앗아 오지 못했다.
특히 조 후보는 제3·4대 경기 광주시의회 의원과 제4~6대 광주시장을 역임하는 등 20여 년 간 선출직으로서 지역기반을 다져왔음에도 패했다는 점에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광주시장 당시 난개발로 인해 우후죽순 늘어난 빌라단지 조성이 발목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광주시 한 시민은 “솔직히 조 후보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광주의 도시계획은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무가내 식 허가를 내줬다”며 “기반시설도 없이 생겨난 빌라로 교통지옥을 만들었는데 누가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것이며, 누가 또 그에게 일을 맡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평택시장과 역임한 공재광 후보(평택갑)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후보에게 덜미를 잡혔다. 홍 후보가 6만2,564표(50.22%)를 얻는 동안 공 후보자는 5만9,063표(47.41%)를 얻었을 뿐이다.
의왕과천선거구에서는 2명의 전직 단체장이 맥을 못 추고 탈락했다.
과천시장을 역임한 미래통합당 신계용 후보는 5만1,566표(37.95%), 의왕시장을 역임한 민생당의 김성제 후보는 2만770표(15.28%)를 얻었지만 1위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후보의 5만8,938표(43.38%)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짐을 싸게 됐다.
반면 경기 용인시장과 광명시장을 역임한 후보는 모두 국회에 입성했다.
직전 용인시장을 역임한 미래통합장 정찬민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용인갑에 출마해 6만9,826표(53.14%)를 얻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광명시장을 역임했던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후보는 5만8,130표(64.09%)를 얻어 2만7,671표(30.5%)를 얻은 미래통합당 김용태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당선됐다. 여주시양평군에서도 3선 시장을 역임한 김선교 후보가 1만9,001표 차이로 크게 압승했다.
이에 대해 김동성 경기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는 “(단체장 출신의 경우)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 과거 ‘인지도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가 아니라 ‘일을 잘 했느냐 못했느냐’로 바뀐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투표에서도 단체장 역임, 높은 인지도가 아니라 당시 일을 잘했는지 여부가 이번 결과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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