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0회 이상 야구장을 찾는 프로야구 열혈 팬인 대학생 유형준(21·경동대 2년) 씨는 요즘 한창 진행 중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푹 빠져있다. 유씨는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해외축구 농구 배구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겨 보는 소위 ‘스포츠광’이다. 그런 유씨가 e스포츠에 빠지게 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유씨는 “신종 코로나 여파로 국내외 모든 스포츠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 아쉬움을 달래는데 LCK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e스포츠에는 뜻밖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CK의 경우 경기당 평균 시청자 수가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이 폭증했다. e스포츠 스트리밍 중계 분석 업체인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 시즌의 경기당 평균 시청자수는 16일 기준 20만1,923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열렸던 2019 우리은행 LCK 스프링이 기록한 12만6,127명에 비해 무려 8만 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누적 시청 시간 역시 5,265만 시간으로 3,544만 시간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1,700만 시간이 늘었다.
LCK는 최근 6시즌 동안 10만 명 안팎의 평균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시즌별 한 경기 최다 시청자수는 달랐지만 평균 시청자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올 시즌 갑자기 8만 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각종 스포츠 리그가 중단되면서, 경기에 목마른 기존 스포츠 팬들이 거의 유일하게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매일 LCK 한 경기씩은 꼭 빠지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는 유씨는 “여느 스포츠 못지 않게 긴장감을 주고 극적인 장면도 연출해 흥미진진하다”면서 “최근 2라운드 DRX와 담원의 경기 3세트에서 DRX가 넥서스(파괴되면 경기가 끝나는 게임 내 구조물) 체력을 36 남겨두고 역전승을 거둔 장면은 끝내기 만루홈런만큼 짜릿했다”며 웃었다.
e스포츠는 최근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돼 지상파 채널에서 중계가 된 바 있다. 그 동안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했던 e스포츠로서는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득점 시스템을 바탕으로 빠른 판단력과 손동작을 요구하는 e스포츠의 특성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유씨는 “예전엔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지략 싸움과 소위 ‘피지컬’이라 불리는 빠른 손놀림을 보니 그 생각을 바꾸게 됐다”면서 유씨는 “프로스포츠가 다시 재개되더라도 e스포츠만의 매력을 느꼈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지난 2009년 출시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다.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2012년 e스포츠 리그 LCK가 출범했다. 넓은 팬층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가던 e스포츠가 ‘코로나 특수’를 타고 단순 오락이 아닌 어엿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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