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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직원 7만6800명 감염 ‘0’… 인천공항의 기적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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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직원 7만6800명 감염 ‘0’… 인천공항의 기적 비결은

입력
2020.04.18 04:30
수정
2020.04.18 09:3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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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분리 고도화된 검역 덕… 검역소장 89일간 휴일 없이 근무

“직원들 쓰러질까봐 걱정했지만 안도하는 교민들 보며 마음 잡아”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 검역대 앞에서 입국자들의 발길이 닿는 바닥에 살균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영종도=이한호 기자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 검역대 앞에서 입국자들의 발길이 닿는 바닥에 살균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영종도=이한호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1월 20일. 그로부터 약 3개월 동안 국내서는 모두 1만635명(17일 0시 기준)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 해외 유입 사례는 983명(9.2%)에 이른다. 확진자가 다녀간 의원, 병원들이 폐쇄됐고, 확진자가 발생한 학원과 학교기숙사들은 물론 기업들의 사무실과 사업장들도 봉쇄(셧다운) 조치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해외서 출발한 교민과 관광객들이 거쳐간 인천국제공항은 기능을 축소했을 뿐 정상 운영됐다. 종사자 7만6,800명에 이르는 거대한 조직, 국경 방역 최일선에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던 덕분이다. 일본의 공항검역소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미국에선 뉴욕주 항공관제센터와 일리노이주 관제탑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한때 공항 운영에 차질을 빚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연 돋보인다. 지난 석 달 동안 340만명이 입국한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범접할 수 없는 ‘확진자 제로(0)’의 기적. 그 비결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1층 B입국장 앞. 해외서 들어오는 내ㆍ외국인과 마중객 등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쳐놓은 노란색 통제선 안에서는 마스크를 쓴 환경미화원 최모(59)씨가 바닥을 닦고 있었다. 최씨는 “오전에만 세 번 소독약을 뿌리고 닦는데, 이용객들의 손이 닿는 곳이나 화장실은 더 자주 닦고 있다”며 “우리집 청소, 소독하는 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했다. 국경 방역 최일선의 현장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오염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최씨였다.

최씨 등이 이렇게 구석 구석을 닦고 소독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흰색(유럽)과 파란(미국)색 인식표를 목에 건다. 다른 국가에서 입국하는 승객과 구분하기 위한 것이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한 특별한 대우다. 이어 검역대에서 비접촉 체온계로 검사를 받고 건강상태질문서와 특별검역신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발열, 호흡기증상이 확인되면 보다 정밀도가 높은 고막체온계로 2차 검사를 받는다. 문진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군의관은 “여기서 유증상자로 분류되면 칸막이가 있는 별도의 대기실로 옮겨진다”며 “국경에서 물샐 틈 없는 검역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호복과 각종 보호 장구로 무장한 검역 관계자가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 입국심사장에서 대기 중인 입국자들 옆을 지나고 있다. 이 관계자의 손에 들린 서류는 모든 입국자들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특별검역신고서다. 영종도=이한호 기자
방호복과 각종 보호 장구로 무장한 검역 관계자가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층 입국심사장에서 대기 중인 입국자들 옆을 지나고 있다. 이 관계자의 손에 들린 서류는 모든 입국자들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특별검역신고서다. 영종도=이한호 기자

입국장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된 이들은 군 장병의 인솔아래 유증상자 전용 특별입국심사대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1층으로 내려간다. 전용 버스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5분거리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는 부부지간이라고 해도 나란히 앉지 못한다. 45인승 버스는 20명 이상을 태우는 법이 없다.

공항검역소 개방형 선별진료소에 도착, 자신의 검체를 의료진에게 내준 유증상자들은 이후 국민체육공단 경정훈련원 등 인근에 마련된 격리시설로 옮겨진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움직일 수 없다. 결과가 나오는 데 최대 1박 2일이 걸린다. 음성 판정이 나오면 14일간 자가ㆍ시설 격리를 해야 한다. 격리 기간 중에는 휴대폰에 설치한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에 자가진단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양성 판정이 나오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다. 체온이 38도 이상, 기침이 동반된 경우에는 모든 절차가 생략되고 계류장에 대기 중인 병원행 앰뷸런스로 직행한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절차. 송정근 기자
인천국제공항 입국절차. 송정근 기자

인천공항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나 잠복기에 있는 내ㆍ외국인이 수시로 오간 인천공항에서 지난 석 달 동안 공항 종사자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공항검역소,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청, 군ㆍ경, 소방 등의 헌신과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유행 지역과 그 외 지역에서 입국한 이들을 선별, 분리한 것과 고도화된 검역 외에도 한정된 인력으로 공항 이용객과 상주직원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꾸준한 위생관리 등 모든 구성원들의 헌신이 빚은 결과물이다. 이곳 검역을 총괄하고 있는 김상희 인천공항검역소장은 지난 1월 20일부터 이날까지 89일간 휴일 없이 근무 중이다.

육군 수도군단 특공연대와 17사단, 국군의무사령부 등으로 구성된 ‘군 검역지원단’ 소속 장병들도 이 같은 기적의 숨은 영웅들이다. 앞서 11일 찾은 2터미널 입국장에서 이들은 입국자에게 인식표를 건네고 있었다. 발열 검사는 물론 통역 지원 업무도 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입국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날 하루 입국자가 6,206명을 기록하던 날이다. 156명의 검역소 직원들이 입국자 하나하나를 체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군 장병들은 천군만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수도군단은 첫 확진자가 나온 지 8일 만에 공항검역소에 ‘파병’했다. 특공연대 이기명 대위는 “16일 기준 500여명, 연인원 7,000여명이 검역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방역 최전방인 인천공항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는 점증하고 있다. 중국에 첫 적용한 특별입국절차는 홍콩, 이란, 이탈리아 등으로 점차 확대됐고, 지난달 19일부터는 모든 국가 입국자가 대상이 됐다. 이후 22일부터는 유럽발 입국자에 대해서 전수 검사까지 시작됐다. 시설 소독살균은 주 1회에서 주 3회로 늘었고 상주직원에 대한 발열검사는 선별에서 전수검사로 바뀌었다.

인천공항은 현재 출발국가, 증상 유무, 내ㆍ외국인에 따라서 서로 다른 검역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발 입국자를 구분하기 위해 도입됐던 입국자 목걸이는 현재 다섯 종류로 늘었다. 흰색, 파란색 외에 청록색(유증상자), 자주색(단기체류 외국인), 노란색(외교관ㆍ군인ㆍ기업인)으로 세분화 됐다. 선별진료소도 여객터미널 안팎과 계류장, 검역소로 확대 설치됐다.

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해외 유입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직원들이 먼저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였고, 국경을 봉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며 “그러나 열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안도하는 교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만 더 고생하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고 말했다.

공항 청사 해충방제용역업체인 삼양인터내셔날의 주업무도 시설 살균소독으로 전환됐다. 이 회사 소속 직원 24명은 공항 곳곳을 소독하고 있는데, 고위험 시설은 하루에만 3차례 소독작전을 펼치고 있다. 고위험 시설로 분류되는 유증상자 대기실은 1터미널에 11곳, 2터미널에 6곳 등 17곳에 이른다. 의심 환자가 나오면 1시간 내에 그의 모든 동선은 소독된다. 김의주 현장소장은 “20ℓ짜리 수동분무기를 메고 하루 종일 젓다 보니 몸 성한 사람이 없다”며 “사명감을 갖고 서로 격려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공항검역 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도 “국경을 봉쇄하지 않고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 3원칙을 지키면서 방역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몸 돌보지 않고 헌신한 여러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들을 격려했다.

영종도=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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