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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지역에서 나 홀로 생존…‘까치밥 당선인’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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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쓸이’ 지역에서 나 홀로 생존…‘까치밥 당선인’을 아시나요?

입력
2020.04.17 07:00
수정
2020.04.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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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at]이용호ㆍ배준영ㆍ심상정·이상헌, 다른 정당 강세 속 선전

선거판의 까치밥으로 떠오른 당선인들. 왼쪽부터 남원ㆍ임실ㆍ순창의 이용호 무소속 당선인, 인천 중구ㆍ강화ㆍ옹진의 배준영 미래통합당 당선인, 고양갑의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 연합뉴스
선거판의 까치밥으로 떠오른 당선인들. 왼쪽부터 남원ㆍ임실ㆍ순창의 이용호 무소속 당선인, 인천 중구ㆍ강화ㆍ옹진의 배준영 미래통합당 당선인, 고양갑의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 연합뉴스

선거판의 ‘까치밥’을 아시나요? 감나무에 까치 먹으라고 인심 좋게 남겨 둔 그 까치밥이 아닙니다. 여야가 각각 싹쓸이한 선거구에 반대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가 의외로 선방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인데요.

선거구에 한 두 석 정도는 상대 후보가 가져가도 된다는 뜻에서 까치밥이라는 표현이 붙었죠. 속히 말해 ‘필요하면 먹으렴’ 하고 남겨둔 거라는 겁니다. 이번 4ㆍ15 총선에서도 선거구 곳곳에서 반대 정당의 강세 속에 유일하게 생존한 당선인들이 나왔죠. 이들은 정말 ‘까치밥’을 먹은 걸까요.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호남과 영남 지역을 사실상 싹쓸이했죠. 그런데 파란색과 핑크색으로 뒤덮인 지도를 현미경으로 들여 다 보듯 하며 겨우 보이는 지역구들이 있는데요.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호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머쥔 다른 정당의 후보가 있습니다. 바로 남원ㆍ임실ㆍ순창의 이용호 무소속 당선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 출신 이강래 후보(46.4%)를 상대로 득표율 49.4%를 얻어 승리했어요. 민주당은 전북ㆍ전남ㆍ광주 등 총 28곳의 호남 선거구에서 27곳을 석권했지만, 남원만은 이 당선자에게 내줘야 했죠.

경기 인천에서는 민주당이 13개의 선거구 중 11석을 차지했는데요. 민주당의 강세 속에 인천 중구ㆍ강화ㆍ옹진의 배준영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당 내 유일하게 금배지를 달았어요.

배 당선인은 득표율 50.2%로 민주당 조택상 후보(47.6%)를 꺾었습니다. 조 후보는 인천 동구청장 출신이었으나 선거구 조정으로 동구가 미추홀구갑에 편입되면서 선거 초반 변수로 작용했죠. 보수 성향이 강한 인천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해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답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울산 북구 이상헌 민주당 당선인이 16일 오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는 개표 방송을 본 뒤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울산 북구 이상헌 민주당 당선인이 16일 오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는 개표 방송을 본 뒤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호남은 파란색, 영남은 분홍색으로 뒤덮였다.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영남에선 미래통합당이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그 가운데 여야가 각각 싹쓸이한 선거구에 반대 정당의 후보자가 의외로 선방하는 사례도 나온다. 오른쪽 사진은 전북의 투표 결과를 나타낸 지도. 민주당이 9석을 가져갔지만, 전북ㆍ전남ㆍ광주만은 이용호 무소속 당선인이 승리를 거뒀다. 네이버 투표율 지도 캡처
4•15 총선에서 호남은 파란색, 영남은 분홍색으로 뒤덮였다.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영남에선 미래통합당이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그 가운데 여야가 각각 싹쓸이한 선거구에 반대 정당의 후보자가 의외로 선방하는 사례도 나온다. 오른쪽 사진은 전북의 투표 결과를 나타낸 지도. 민주당이 9석을 가져갔지만, 전북ㆍ전남ㆍ광주만은 이용호 무소속 당선인이 승리를 거뒀다. 네이버 투표율 지도 캡처

경기 고양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당선인이 홀로 승리를 거뒀어요. 고양갑에서 득표율 39.3%를 기록해 통합당 이경환 후보(32.7%)를 제쳤습니다. 지역구에 출마한 정의당 후보 75명 중 당선된 후보는 심 당선인이 유일하죠.

고양의 나머지 선거구는 민주당이 꿰찼습니다. 고양을에서는 한준호 당선인이 52.4%, 고양병에서는 홍정민 당선인이 54.2%, 고양정에서는 이용우 당선인이 53.4%의 득표율로 당선됐어요. 고양과 맞닿아 있는 파주 2곳, 김포 2곳, 서울 은평 2곳까지 10곳 중 고양갑만 섬처럼 떠 있는 셈인데요.

통합당이 강세를 보인 울산은 민주당에서 까치밥 당선인이 나왔습니다. 울산 북구에서 이상헌 민주당 당선인이 46.3%의 득표율로 통합당 박대동 후보(40.8%)를 제쳤어요. 울산은 6석 중 통합당이 5석, 민주당이 1석을 확보했죠. 영남권을 통합당이 휩쓸어 버린 상황에서 민주당은 부산(3석), 경남(3석), 울산(1석) 등 7석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이 당선인의 승리는 매우 값지게 받아들여 집니다.

이런 까치밥 사례들은 왜 나오는 걸까요. 물론 승리한 후보의 선거 전략과 공약이 훌륭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붙잡은 점도 중요한 이유겠죠. 그러면서도 이들 사례는 인근 지역에서 압승을 거둔 거대 정당의 까치밥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연히 모든 정당, 후보들은 지는 것보다 이기는 걸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선거판에서는 싹쓸이, 압승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라면서 한 두석 정도 까치밥을 남겨 놓아도 된다고 얘기한다”며 “특정 지역의 선거구를 모두 확보하면 반대 성향의 유권자를 자극하거나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지역별 선거구마다 다른 특성과 정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역 전체적인 분위기도 투표에 영향을 끼치지만 같은 지역 안에서도 개별 선거구마다 각각 특성이 있고, 그 특성이 전체의 흐름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에 따르면 남원ㆍ임실ㆍ순창은 지역 연고의 표 갈림이 생기는 ‘소 지역주의’가 작용한 것 같고, 인천 중구ㆍ강화ㆍ옹진은 인천 전체 기류와 달리 상대적으로 보수 기류가 강한 곳이라고 합니다. 울산 북구는 노동계의 세력으로 진보 색채가 짙은 지역이라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고요.

이 소장은 “지역 전체의 기류와 다른 선거구들이 있는 셈”이라며 “인물의 경쟁력이 높아 인근 지역들의 흐름을 뛰어넘거나, 단순히 진보, 보수가 아니라 연고성을 중시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까치밥을 먹었든 아니든 지역주의 강풍을 뚫고 당내 유일하게 당선에 성공한 당선인들, 참 대단합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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