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저지 외엔 ‘민주당 마음대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미래통합당ㆍ미래한국당이 103석으로 사실상 ‘완패’하면서 앞으로 ‘공룡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마음대로 법안ㆍ예산ㆍ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합법적 저지 수단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도 여당에 의해 강제 종결될 수 있다. 간신히 개헌(改憲)만 저지가 가능하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은 민주당 163석, 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 의석수는 미래한국당 19석, 더불어시민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각 3석씩이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합산 의석만 180석으로, 초유의 ‘공룡 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이 합류할 경우 범여권 의석은 190석에 달한다.
반면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더해 103석에 그쳤다. 국민의당 3석에 보수 무소속 4석을 더해야 110석으로, 개헌저지선(100석)은 지켰다는 변명조차 통하지 않을 기록적 참패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180석 확보에 성공하면서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이 필요한 개헌만 빼면 사실상 모든 국회 안건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180석은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2012년 도입한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다.
현행 선거법 아래에선 본회의 또는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쟁점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태워 강행 처리할 수 있다. 통합당은 ‘합법적 저지 수단’인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도 민주당에 의해 강제 종료 당할 수 있다.
21대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서도 통합당은 주도권을 잃게 됐다.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맡는 게 관례다. 여기에 20대 국회 하반기 때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국회의장 견제 역할을 맡는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도 통합당이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
또, 각 부처 장관뿐 아니라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필요한 국무총리와 헌법재판관, 대법관 임명도 민주당의 뜻대로 움직이게 됐다. 통합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통합당은 올 하반기 출범할 예정인 공수처장 임명에도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하지만 범여권 비례정당이 제3의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야당의 추천 몫이 한 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 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 만큼 범여권이 공수처장 임명을 좌우할 수 있게 된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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